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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2월 8일] 응답하라 '독서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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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2월 8일] 응답하라 '독서 1994'

입력
2014.02.0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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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가치와 효능을 말하는 것은 입이 아픈 일이다. 서중자유천종록(書中自有千鍾祿) 서중자유황금옥(書中自有黃金屋)이라지만, 책 속엔 돈도 있고 황금으로 지은 집도 있다. 독서를 하면, 공부를 많이 하면 저절로 그런 게 생긴다. 너무 공리적이고 계산적인 것 같아도 독서는 그렇게 실속이 있고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책은 안 팔리고 사람들은 독서를 잘 하지 않는다. 문화부가 1월 하순에 발표한 '2013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의하면 성인의 독서율(1년에 한 권 이상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은 71.4%, 연평균 독서량은 9.2권, 평일 독서시간은 23.5분에 불과하다. 1994년 첫 조사(2011년부터는 격년 조사)에서 86.8%였던 독서율은 점차 낮아져 다시는 8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13년의 독서율 71.4%는 71.7%였던 2009년과 흡사하다.

가장 독서율이 낮았던 때는 65.4%를 기록한 2010년이었다. 이듬해인 2011년 66.8%에 이어 이번에 71.4%로 더 올랐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화부는 2012년을 '독서의 해'로 정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책 읽는 소리, 대한민국을 흔들다'가 캐치프레이즈였는데, 조금은 대한민국이 흔들렸다고 봐야 할까.

2010년의 독서율이 최저였던 이유는 책보다 더 재미있거나 책 읽을 마음을 빼앗아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2월의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천안함 격침사건, 지방선거, 남아공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국내외의 큰 사건과 정치·사회적 이벤트가 줄을 이었다. 그런 해를 보낸 다음 2011년에 독서율이 1.4%포인트 올라갔으니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올해 2014년은 2010년과 거의 완벽하게 독서 방해요인이 겹친다. 어제 개막한 소치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지방선거, 브라질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4년마다 정례적으로 치러지는 행사가 이번에도 줄 서 있다. 더욱이 아시안게임은 '독서의 달'이라는 9월에 인천에서 열린다. 또 어떤 돌발사건들이 책 읽기를 방해할지 알 수 없다.

문화부는 독서 실태조사 발표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범정부적으로 추진할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14~2018)을 발표한 바 있다. 독서문화진흥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되는 기본계획을 제1차 계획(2009~2013)과 비교할 때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독서진흥위원회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기본계획의 목표는 독서율을 2018년에 80% 이상으로 다시 높이겠다는 것인데, 80%를 넘은 때는 1994년밖에 없었다. 요즘 인기 높은 TV드라마의 제목을 빌려 말하면 '응답하라 독서 1994'인 셈이다.

80%를 달성하려면 지금보다 8.6%, 산술적으로는 매년 1.72%씩 독서율을 높여가야 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수출신장률도 아니고, 토목공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5개년 계획의 성사가 가능할까. 어려울 것이다.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어쨌든 진흥위원회를 만들기로 했으니 최대한 노력하기 바란다.

그리고 이와 별도로, 범정부 차원에서 공무원들에게 의무적으로 책을 읽게 하고, 독서기록부를 고위직 임용의 참고자료로 반영하기 바란다. 특히 문학 역사 철학 서적을 많이 읽게 함으로써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우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교양을 쌓게 해야 한다. 그러면 최소한 현오석 경제부총리나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장관처럼 무심하고 생각 없는 발언을 하는 고위 공직자들은 안 나올 것이다. 학위나 논문만 챙기지 말고 독서기록을 평가·활용하는 방법을 짜내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예전에 과거시험을 통해 측정한 것은 문장력만이 아니었다.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이 출세하게 해보라. 책 읽는 소리가 대한민국을 흔들 것이다. 그게 독서 진흥의 첩경이다.

임철순 논설고문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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