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스틸러는 웃기는 배우다. 어설픈 행동으로 예비장인에게 구박 받거나(영화 '미트 페어런츠') 박물관 전시물들로부터 괄시 받고 골탕을 먹는다('박물관이 살아있다'). 선한 마음씨 탓에 억울하게 당하기만 하는 그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곧잘 웃음을 얻는다. 배우로선 내세울 것 없는 외모가 그의 코믹한 이미지를 더 강화한다. 하지만 그의 어눌한 말투와 동작이 만들어내는 웃음은 언제나 삶의 페이소스를 담고 있다. 그가 빚어내는 코미디가 특별한 이유다.
6일부터 VOD로 만날 수 있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스틸러의 매력과 재능을 제대로 보여준다. 유명 사진잡지 라이프에서 사진 담당으로 오래 일하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 월터는 스틸러의 서민적 풍모를 통해 더욱 도드라진다(스틸러는 이 영화의 메가폰도 잡았다).
마음에 둔 여인에게 제대로 사랑 고백도 못하고 쳇바퀴 돌 듯 일상을 보내온 월터가 분실된 사진 필름을 찾아 일생일대의 모험에 나서는 게 이 영화의 이야기 줄기다. 모험을 거치며 삶을 되돌아보고 남은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 월터의 모습은 스크린 밖 보통사람들에게 용기와 웃음을 안긴다. 데이빗 보위의 올드 팝송 '스페이스 오디티' 등 등장 인물의 감성을 적절히 전하는 매혹적인 음악을 듣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극장에서만 107만명이 봤다. 나쁘지 않은 흥행 성적이다. 12세 이상 시청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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