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은 7일 종업식을 했지만 새 학년 교과서를 받지 못한 채 빈손으로 집에 돌아갔다. 학교에는 며칠 째 학부모들로부터 "왜 새 교과서를 주지 않느냐", "교과서가 없으면 공부는 어떻게 하느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예년 같았으면 겨울방학 시작 전 교과서 가격을 학부모들에게 안내하고 방학 중에 소액 자동이체서비스(CMS)를 통해 대금을 인출한 뒤 겨울방학이 끝나면 학생들에게 배포하지만 올해는 한참 미뤄지고 있다. 이 학교 교사는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 3일에야 교과서를 나눠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선 고교들에서 새 교과서가 제대로 배포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교과서 가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고교는 작년 수준으로 교과서 대금을 받고 나중에 차액을 정산하기로 하거나 아예 교과서 대금 인출을 미루고 일단 교과서를 나눠주기도 했다.
교과서 가격 확정이 안 된 것은 교육부 장관이 교과서 값을 규제할 수 있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지 못해 교육부가 조정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된 교과서 가격 자율제로 출판사들은 교과서 값을 올려왔고, 지난해에는 값을 두 배나 인상한 교과서도 있었다. 올해도 출판사들이 제시한 희망가격이 비싸다는 게 교육부의 판단이다. 교과서 값이 치솟자 교육부는 교과서 가격이 부당하게 높게 책정된 경우, 장관이 조정을 명령할 수 있도록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해 8월 입법예고했다. 교과서 가격 자율제는 지난 2011년 과학 교과에서부터 시작, 단계적으로 확대돼 올해 모든 교과에 적용된다.
김성기 교육부 창의인재정책관은 "개정안이 국무조정실의 규제개혁위원회 심의에서 한 차례 보류돼 예상보다 국무회의 상정이 늦어졌다"며 "11일 국무회의에서 통과가 되면 가격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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