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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EU" 미국 고위 외교관 발언 인터넷 유포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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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EU" 미국 고위 외교관 발언 인터넷 유포 파문

입력
2014.02.0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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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반정부시위 사태를 두고 배후에서 힘겨루기를 하던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수면으로 부상했다. 우크라이나 야권 지도자와 유럽연합(EU)에 대한 민감한 발언이 오간 미국 고위 외교관들의 통화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면서다. 미국은 즉각 러시아를 도청과 폭로의 배후로 지목했고,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시위대에 돈과 무기를 대주고 있다며 맞섰다.

문제의 통화는 지난달 25일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유럽차관보와 제프리 파얏트 주우크라이나 대사가 나눈 것으로, 대화 내용은 '마이단의 꼭두각시들'이라는 러시아어 제목의 음성파일 형태로 5일 인터넷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게재됐다. 마이단은 우크라이나 시위 중심지인 광장 이름이다. 우크라이나 영자신문 키예프포스트가 다음날 이를 보도하자 드미트리 로스코프 러시아 부총리 보좌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기사를 소개했다.

뉼런드는 이 통화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친서방 진영으로 유도하려 공조하고 있는 EU와 우크라이나 야권을 비난했다. 그는 EU가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지 않아 유엔에 중재자 파견을 요청했다며 "빌어먹을 EU"라고 욕했다. 그는 야누코비치로부터 총리직을 제안받은 야르세니 야체뉴크 조국당 당수에겐 호의를 표시한 반면 부총리직을 제안받은 비탈리 클리츠코 개혁민주동맹 대표에 대해선 "(그의 입각은)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폄하했다. 파얏트는 "우크라이나에 새 정부를 세우는 협상이 진행돼야 하지만 러시아가 방해공작을 펼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정부는 6일 통화 사실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로스코프의 트윗을 지적하며 "이번 일에 러시아가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도 "러시아 첩보활동 중 최악의 사례"라고 말했다. 로스코프는 "인터넷에서 기사를 본 것뿐"이라고 해명했고, 뉼런드는 욕설 발언을 사과했다.

러시아는 세르게이 글라지예프 대통령 고문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그는 이날 자 우크라이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1994년 (우크라이나 핵무기 폐기 과정에서) 러시아와 맺은 합의를 깨고 우크라이나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할 법적 권리가 생겼다"고 경고했다. 또 "미국이 반정부 시위대 지원에 주당 2,000만달러를 쓰고 있고 무기도 지원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이 무장시킨 쿠데타 세력을 진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반정부시위 중 납치됐다가 리투아니아에서 치료 받고 있는 드미트로 불라토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납치범들은 내가 미국 중앙정보국(CIA) 소속의 간첩이며 미국 외교관들에게 시위 자금을 받았다고 허위자백 하라며 고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정보기관을 범행 배후로 추정하면서 "끊임없이 맞았고 귀 일부를 잘렸으며 심지어 십자가형을 받듯 손에 못이 박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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