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가 보은할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 하루빨리 여수 앞바다가 제 모습을 되찾았으면 합니다." 2007년 국내 사상 최악의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로 피해를 본 충남 태안지역 주민 43명이 지난달 31일 유조선 충돌로 비슷한 피해를 입은 전남 여수 주민을 돕기 위해 7일 신덕마을을 찾았다. 이날 오전 6시 태안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5시간 만에 피해 현장을 찾은 주민들은 해양경찰이 나눠 준 방제복으로 갈아입고 마을 해변에서 방제작업을 벌였다.
국응복 태안군 유류피해대책위 연합회장은 "여수 사고 현장에 와보니 악몽 같았던 7년 전 태안 사고가 떠올랐다"며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큰 도움이 됐는데, 이제는 우리가 나설 차례"라고 말했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 당시 여수 주민 1,400여명은 사고현장을 찾아 기름 제거에 힘을 보탰다. 문승일 연합회 사무국장은 "원유가 자연분해 되는데 20년에서 100년까지 간다.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고통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하루빨리 여수 주민들이 다시 일어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태안 주민들은 방제작업도 시급하지만 피해보상을 위한 증거자료를 충분히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또 정부에는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국 회장은 "태안 사고에 대한 피해보상 소송이 7년째 진행 중"이라며 "사고 초기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 탓에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해 주민들의 고통만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태안 주민들이 대전지법 서산지원과 국제기금에 청구한 피해보상 건수는 무려 13만여건, 금액은 4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곳 여수시 낙포동 GS칼텍스 원유2부두 기름유출 사고도 보상 작업이 시작됐으나 보상 범위와 액수 등을 둘러싸고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전날 여수해양항만청에서 열린 사고 수습대책협의회 제1차 회의에서 GS칼텍스 측은 방제작업에 동원된 인력과 장비비, 석유가스에 노출된 주민 치료비 등을 우선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어업권 전체에 대한 주민들의 보상 요구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로 여수시 신덕마을을 비롯해 오천동, 만흥동, 광양만, 경남 남해군 등 사고현장에서 10km 떨어진 곳까지 기름띠가 퍼져 피해액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수=하태민기자 ham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