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인권운동을 펼치며 미국 사회통합에 앞장선 마틴 루터 킹(1968년 사망) 목사의 자식들이 부모 유산을 둘러싼 오랜 갈등 끝에 사실상 남남이 됐다.
킹 목사의 2남2녀 중 막내딸인 버니스 킹(51) 킹목사기념사업회(킹센터) 회장은 6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에버니저침례교회에 모인 신도들 앞에서 자신과 법정 다툼 중인 오빠 마틴 3세(57), 덱스터(53)와 형제의 연을 끊을 것을 선언했다고 미 CNN방송이 보도했다.
버니스는 "그들은 내 오빠고 사랑하지만, 우리(남매)는 다른 사상과 관점을 가진 다른 사람"이라며 "제발 우리를 같은 범주에 넣지 말아달라"고 주장했다. 이 교회는 킹 목사가 아버지인 마틴 루터 킹 시니어와 함께 목회를 한 곳으로, 근처엔 킹 목사 부부의 묘가 있다.
이들은 킹 목사의 성경책과 1964년 수상한 노벨평화상을 놓고 다투고 있다. 버니스의 두 오빠가 공동 대표인 킹 목사 지적재산권 관리법인 '킹스 에스테이트'는 최근 킹센터를 상대로 노벨평화상 메달의 판매권과 성경책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특히 성경책은 지난해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2기 취임식 선서할 때 사용될 정도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하지만 버니스는 CNN에서 "상속자로서 유품을 누구에게도 팔 수 없다"고 반박하며 "킹 센터에 전시됐던 성경책은 현재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곳에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세 남매는 수년 전부터 진흙탕 싸움을 시작했다. 2006년 킹 목사의 아내인 코레타 스콧이 사망하고 배우로 활동하던 첫째 딸 욜란다도 이듬해 심장병으로 사망하자 장남인 마틴과 버니스가 2008년 덱스터를 '킹스 에스테이트'의 뱅크오브어메리카 계좌 공금유용 혐의로 소송을 걸어 공격했다. 그러자 덱스터는 "어머니 유산을 몰래 빼돌렸다"며 형과 여동생을 직권남용으로 맞고소하고 형의 부패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후 세 사람은 법원 조정으로 화해했지만 '휴전'은 오래가지 못했다. 동지였던 마틴과 버니스가 킹센터 경영권을 놓고 반목했고, 2012년 1월 마틴이 회장직에서 쫓겨나듯 퇴진하면서 버니스가 승리했다. 4남매 중 유일하게 목사 안수를 받은 버니스는 이후 신앙심과 능력을 겸비한 진정한 후계자임을 과시하기 위해 왕성히 활동했다. 그러나 마틴과 덱스터는 킹 목사가 '내겐 꿈이 있다'고 외친 워싱턴 연설 50주년인 지난해 8월 28일 "킹 목사의 유품을 무단 사용하고 있다"면서 킹센터를 고소했다. 세 남매의 골육상쟁으로 킹 목사의 동지와 후배들도 반목하는 사이가 됐다. 버니스는 '싸움이 언제 끝나냐'는 CNN의 질문에 "나도 매일 하느님에게 똑같이 묻는다"고 답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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