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하원에서 우리의 '동해(East Sea)'를 '일본해(Sea of Japan)'와 교과서에 병기하는 법안이 통과돼 의회 절차가 마무리됐다. 주지사의 최종 서명이 남았으나 법안이 압도적인 차이로 통과돼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7월 1일 법이 시행되고, 2015학년도부터 버지니아주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가 함께 표기된다. 버지니아는 텍사스 등 남부 6개 주와 교과서 협력관계를 맺고 있어 다른 주로의 파급도 예상된다.
법안 통과의 의미는 남다르다. 주정부 차원이지만 동해 병기가 미국에서 법으로 규정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워싱턴DC와 인접한 버지니아주는 정치적 영향력이 커 다른 주나 연방정부의 정책에도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 학생들이 처음으로 동해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법안을 발의한 티머시 휴고 의원이 "2000년 넘게 사용되던 동해 명칭이 일제에 의해 삭제됐다"며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한데서 법안이 취지가 잘 드러나고 있다.
법안 통과과정에서 일본의 방해는 집요했다. 일본정부와 주미 일본대사관은 별도로 로펌 등을 고용해 조직적인 입법저지 로비를 벌였다. 사사에 겐이치로 대사는 테리 매콜리프 주지사를 직접 찾아가 '버지니아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에 좋지 않은 결과를 줄 수 있다'는 취지의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돈을 앞세운 천박한 물량공세도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 역사의 승리다.
남은 과제도 많다. 미국의 명칭표기를 관장하는 미국지명위원회(BGN)는 '1지명 1표기'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미국 정부도 이를 근거로 공식적으로 '일본해'를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번처럼 재미동포들의 자발적 운동에 의존할 게 아니라 정부가 미국 정부를 설득하고 바로잡는 노력을 주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아울러 어려운 여건에도 '풀뿌리 운동'으로 입법을 성사시킨 한인동포들의 노력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미미했던 200만 재미동포의 정치력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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