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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더 헷갈리게 하는 심리적 진단… 곧이곧대로 듣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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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더 헷갈리게 하는 심리적 진단… 곧이곧대로 듣지 마라

입력
2014.02.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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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훌쩍 넘긴 미혼 여성이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철학자에게 결혼 못한 처지를 비관하며 해법을 구한다. 가난한 살림에 병든 아버지를 미워하게 된 이는 자신의 마음이 정상인지를 심리 전문가에게 묻는다. 언제부터인가 감정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전문가 집단에 의존해 풀려는 이들이 많아졌다.

는 이 같은 현상을 '심리산업 숭배'로 규정하고, 최고의 호황을 누리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심리학의 현주소를 되짚어 보는 책이다. 저자 자신이 심리학자이자 독일의 심리학 전문 잡지 게히른 운트 가이스트의 편집장으로, 일종의 내부 고발적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심리학을 이용한 각종 마케팅 사례와 관련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조직생활과 성공의 욕구, 결혼과 육아 등 현대사회 제반의 문제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역할을 도맡게 된 심리 전문가들의 행태가 크게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우선 사소한 마음의 문제가 정신적인 위기로 부풀려지는 '심적 괴로움의 인플레이션'을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심리상담 분야에서는 사람의 심리 상태를 전문적으로 분류하기 위해 감정이 조금만 삐걱거려도 사회공포증, 번아웃 신드롬(탈진 증후군), 완벽주의 등을 앓고 있다고 병명을 붙인다. 특히 정신병으로 진단 받는 사람이 증가하는 것은 의사의 활동 영역이 새롭게 개척되고 있는 것과 연관이 깊다. 더불어 수많은 심리학 책이 제공하는 조언은 대개 의도적으로 일반적인 내용만 다루고 있어 구체적인 상황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자아를 직시하자'는 심리 전문가들의 구호에도 반기를 든다. 자기 내면을 골똘히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아 파헤칠수록 고민과 고통으로 점철된 가시밭길로 들어서게 되며 오히려 생각하기를 멈추고 자신을 망각하는 것이 더 편하게 사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논지가 극단적인 느낌도 없지 않지만 마치 종교처럼 심리학을 맹신하는 작금의 풍토와 관련해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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