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오후 3시35분. 러시아 소치 올림픽 파크내에 위치한 메인 프레스 센터(MPC)에서 설상 경기가 열리는 산악클러스터 행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제22회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 첫 출사표를 던지는 서지연(20ㆍGKL)과 서정화(24ㆍGKL)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다.
소치 올림픽 경기는 설상종목 스키와 바이애슬론 등이 열리는 산악클러스터와 피겨,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해안클러스터로 양분돼 진행된다. MPC에서 49여km 떨어진 산악클러스터에 가려면 셔틀버스를 타고 1시간여 달려, 고르키 미디어센터에 도착해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로사 쿠토르 익스트림 파크에 있는 모굴스키 경기장은 해발 600m에 위치해 가파른 산길을 버스로 30분 정도 더 올라야 찾을 수 있다. 가는 도중 두 차례의 검문검색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보안요원들은 버스에서도 일일이 탑승객들의 ID카드를 확인했다. 소치 올림픽 조직위가 고용한 운전기사도 예외가 없었다. 경기장을 500여m 앞두고 이번엔 미니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편도만 2시간을 훌쩍 넘는 거리다. 현장을 찾은 각국 기자들은 러시아의 보안 강화에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하면 이 같은 짜증은 금세 ‘증발’된다. 카프카스(러시아어 캅카스) 산맥이 병풍처럼 이어져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해발 2,000m급 산봉우리들은 하얀 눈을 머리에 뒤집어쓴 째 절경을 과시하고 있었다. 하늘에선 구름 한 점 찾아볼 수 없었고, 청정공기는 달콤하기까지 했다.
소치 올림픽 개막식 전에 열리는 첫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은 뼛속을 파고드는 강 추위 속에서도 만원을 이뤘다. 피니쉬 라인 통과 지점은 물론, 관중석 2층 상단까지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개최국 러시아 관중들은 자국 선수가 호명될 때마다 “러시아! 러시아!”를 연호하며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선수들이 가파른 코스를 더블 회전을 포함한 갖가지 묘기를 선보이며 미끄러져 내려오자 탄성이 속출했다. 중후반으로 갈수록 순위 바꿈도 치열했다. 그럴 때마다 함성과 탄식이 교차했다. 몇몇 선수는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단 한 명도 경기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올림픽 무대가 첫 경험인 서지원은 1차 예선 도전 26명 가운데 23번째로 스타트 라인에 섰다. 골인 지점을 무사히 통과했지만 난이도 높은‘큰 기술’을 구사하지 못해 순위는 20위에 그쳤다.
소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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