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와 함께 주목 받는 또 하나의 다자간 FTA는 '아세안+6 FTA', 즉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다. RCEP는 한국 중국 일본 3국과 아세안 10개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TPP를 주도한다면, 중국은 그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RCEP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CEP도 규모 면에선 TPP에 못지 않다. 참여국들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19조9,000억달러. 전 세계에서 인구 1, 2위 국가인 중국과 인도가 참여하는 만큼, 인구 수(34억명)로는 오히려 TPP(7억 7,000만명)를 압도한다. 경제규모 자체는 TPP에 못 미치지만, 잠재적 성장가능성이 더 클 수도 있다.
TTP에 비해 RCEP협상의 진척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해 첫 협상이 시작돼 지금까지 3차례 협상이 열렸는데, 아직까진 큰 진전을 보진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말 3차 협상을 마친 이후 "규범협력 분야에서 경쟁, 지적재산권, 분쟁해결, 경제기술협력 등의 작업반 구성에 합의했으며 우리 국익을 반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RCEP의 타결 목표 시점은 2015년이다.
하지만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선 RCEP의 타결 가능성이 높지만은 않다는 견해가 많다. 일단 참여국들이 너무 많은 데다 성격도 이질적이어서 입장차를 좁히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자간 FTA는 TPP의 미국처럼 주도국가의 역할이 중요한데, 현실적으로 중국이 그런 리더십을 행사하기엔 역부족인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RCEP에 참여하는 16개 국가들 중 절반 정도(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는 TPP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어, 협상에 속도를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주요국가들이 TPP와 RCEP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상태라, 무게중심은 TPP에 쏠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RCEP의 한계는 사공이 너무 많다는 점인데, 미국 주도의 TPP만큼 리더십이 명확하지도 않고 사실상 구심점도 없다"며 "TPP와 대등한 수준으로 RCEP을 저울에 올려놓는 것은 과대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TPP협상이 이른 시일 안에 타결될 경우, 다급해진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협상 체결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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