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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 무죄] 검찰 제시 권은희 진술 대부분 배척… 경찰측 논리는 그대로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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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 무죄] 검찰 제시 권은희 진술 대부분 배척… 경찰측 논리는 그대로 수용

입력
2014.02.0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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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6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김 전 청장과 경찰 측의 논리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실상 검찰의 완패였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권은희(사진)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기억에 전적으로 의존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엇갈리는 사실관계 못 밝힌 검찰 수사

김 전 청장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직접적인 진술이 전무한 상태에서 검찰이 제시한 가장 유력한 간접증거는 권 과장의 진술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부분 믿지 않았다. 먼저 경찰이 국정원 여직원 김씨의 오피스텔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보류한 것과 관련해 재판부는 "2012년 12월 12일 오전 11시쯤 이미 경찰청과 서울청은 영장 신청이 부적절하다며 보류하기로 결정한 상태였고 수서서장도 그에 공감해 보류했다"며 "그로부터 4시간 가량 지나 김 전 청장이 권 과장에게 전화로 보류를 지시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전 청장이 전화를 걸어 영장 신청 보류를 종용했다는 권 과장의 진술을 부정한 것이다.

서울청이 증거분석 과정에서 피의자인 국정원 여직원을 참석시켜 그가 동의한 파일만 분석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다툼이 일어 부하 직원을 증거분석 현장에서 철수시켰다는 권 과장의 진술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철수한) 수서서 사이버수사팀장이 서울청 간부의 말을 오해하고 권 과장에게 보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권 과장이 서울청 간부에게 전화해서 항의하고 말다툼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권 과장이 폭로한 외압의 실체가 있다 해도 일부 사실을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검찰이 보강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밝히지 않아 결국 무죄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허위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면죄부 준 법원

재판부는 대선 사흘 전 이뤄진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결과적으로 허위였다고 해도 당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우선 국정원 여직원 김씨가 임의 제출한 컴퓨터를 분석하면서 경찰이 김씨 변호인이 지정한 대로 분석범위를 제한한 것이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당시 경찰은 더 넓은 범위로 분석을 하고서도 2012년 10월 이후 3개월 간 문재인ㆍ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방ㆍ지지 글만 확인해 달라는 피의자 요청에 따라 혐의가 의심되는 분석 결과를 중간수사결과 발표 때 제외했다. 재판부는 "임의제출자가 특정 전자정보에 대해서만 확인할 것을 요청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을 경우 그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압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분석범위 제한이 타당했다는 점을 전제로 '혐의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경찰의 발표 내용도 허위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또 분석관들이 보고 전에 분석 대상을 분류했다는 점을 근거로 "(분석범위 제한은) 김 전 청장의 지시가 아닌 분석관들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수서서에서 여러 차례 분석물 회신을 요구하다 반환요청 공문까지 보낸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서울청 관계자들이) 기자간담회 등 후속일정 소화에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만큼 은폐한 정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분석결과물 반환은 실무자들이 처리하는 것으로 서울청장에 보고하거나 승인 받을 사안이 아니다"며 김 전 청장이 반환 지연에 관여했다는 검찰 측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수사가 부실한 상황에서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서두른 것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을 뿐 그 배경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어려웠던 수사, 허무한 결론

재판부는 수사 축소ㆍ은폐 지시 여부에 관한 경찰 내부 진술에 집중하면서 결과적으로 사건 전개 과정에 드러난 상식적인 쟁점들은 놓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수사 진척 상황으로 볼 때 발표 내용에 과장과 왜곡은 없었는지 등 선거법 위반의 고의성에 관한 정황 근거들은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들의 입맞추기 의혹에 대해서도 "그럴 가능성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고 다소 쉽게 판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난항의 연속이었다. 이 사건 수사로 정권에 밉보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아들 의혹으로 옷을 벗고 수사팀이 외압 의혹을 폭로하는 등 검찰 조직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치밀한 수사와 공소유지가 이뤄지기 어려웠다. 여기에 국정원과 경찰의 수사 비협조와 진술 번복 등이 더해지며 지난 1년간 온 나라를 들끓게 한 국정원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은 허무한 결론으로 이어졌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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