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6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유선상으로 해임 건의를 하자마자 즉석에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경질했다. 정 총리가 해임 건의를 언급한지 2시간도 안된 시점이었다.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했던 정 총리는 오전에는 해임 건의에 부정적이었으나, 오후 들어 급작스레 해임 건의로 방향을 틀었다. 청와대와의 교감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정 총리는 오전 대정부 질문에서 윤 장관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공통된 질타에 "죄송하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제가 관리하겠다"고 거듭 고개를 숙이면서도, 문책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해임 건의를 요구하는 질문에는 "일부 말실수로 국민에게 상처 드린 점에 대해 충분히 반성하고 본인도 잘못했다고 한다"면서 "그런 일로 해서 해임건의까지 할 일인지 대해서는 의혹을 갖고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입장을 180도 바꿨다. 오후 4시40분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이 해임건의를 재차 요구했을 때 정 총리가 "깊이 고민 중"이라고 밝히면서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김 의원이 또 한번 해임건의를 요구하자 정 총리는 "대통령이 얼마 전 유사 사례로 경고를 했음에도 그런 언행이 있었던 데 대해 깊이 유감스럽다"며 "오늘 중으로 (해임건의안 요청 여부를)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오후 5시20분쯤 대정부 질문이 끝나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돌아갔다. 이에 앞서 세종시에 머물던 윤 장관이 오후 4시30분에 예정됐던 내부회의를 20분전 차관에게 맡기고 급거 상경한 것으로 미뤄, 경질 방침은 4시 전후에 이미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오후 6시10분쯤 공관에 도착한 윤 장관에게 경질 건의 방침을 알린 뒤, 박 대통령에게 유선으로 해임을 건의해 그 자리에서 승낙을 받았다. 이 때가 6시30분에서 40분쯤으로 추정된다. 청와대도 이후 속전속결로 처리, 오후 7시에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총리의 국무위원 해임 건의로 경질된 사례는 해임 건의 권한이 헌법에 규정된 제3공화국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고건 전 총리는 2003년 10월 당시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최낙정 해수부 장관에 대한 해임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건의, 결정을 얻어냈다. 최 전 장관은 태풍 '매미'북상 중 노 대통령이 뮤지컬을 관람한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대통령이 태풍 때 오페라 보면 안되는 이런 나라에서 살아야 하는가'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총리 해임건의로 경질된 인사는 모두 해수부 장관이며, 건의사유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점이 공교롭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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