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불륜·부조리·인격장애… 헤어날 수 없는 인간 군상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불륜·부조리·인격장애… 헤어날 수 없는 인간 군상들

입력
2014.02.06 13:00
0 0

극단 골목길을 이끄는 중견 연출가 박근형과 제자 이은준이 서울 대학로 선돌극장 무대(1~23일)에서 사제간 연작 공연을 하고 있다.

박근형의 조연출로 일해온 이은준은 영국의 부조리극 작가 해롤드 핀터의 '배신'을 개작한 '소설처럼'의 연출을 맡았고, 스승 박근형은 삶의 귀퉁이에 내몰린 이웃을 그린 2014년 신작 '동백아저씨'를 올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무대에 놓인 두 연출자의 신작들은 공통으로 부조리한 인간관계와 헤어나올 수 없는 인간 자체의 부족함을 표현한다. 거짓과 불안함이 지배하는 이성의 이면과 그 반대의 영역을 구분 짓기 위해 두 작품 모두 침대의 위치를 달리하는 일종의 분할연출을 구사하는 공통점도 있다.

'소설처럼'은 동일한 무대공간 안에 5개의 시공간을 뒤섞어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설가인 '김작가'의 소설에 등장하는 삼각관계 커플 연애스토리가 실현되는 상황을 실제 불륜 남녀들이 묵도한다. 이들의 당혹함은 배우들의 침묵과 잡담으로 고스란히 객석에 전달된다. 아내의 불륜을 알고 있는 남편이 아내의 불륜상대인 자신의 친구에게 모른 척 '거짓'을 폭로하는 과정 등이 털어지지 않는 진흙처럼 남는다.

불륜 공간인 오피스텔의 침대를 왼쪽에, 부부 공간인 베니스 호텔의 침대를 오른쪽에 놓는 배치가 5개의 시계로 상징되는 여러 시공간 분할과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엮여 있다. 남편과 아이와 공유하는 집이 있으면서 애인과 시간을 보내는 오피스텔을 집이라 부르는 여인의 부조리. 그 부조리를 가리려는 듯 여자는 잠시 베니스 특산품인 가면을 걸친다. 권혁, 박윤정, 김주헌, 이경호가 출연한다.

'동백 아저씨'는 보육원에서 의미 없이 얻은 '이동백'이란 이름으로 떠돌이 인생을 살아온 40대 미혼남을 통해 망가져버린 인간의 태생적인 부족함을 말한다. 이동백이 장기 투숙하는 여관과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여관 주인 아들의 고시원 역시 서로 방향이 다른 동일한 침대로 무대에서 구분된다. 공교롭게 다중인격장애를 가진 아들은 밤이 되면 괴한으로 변해 엄마가 홀로 사는 여관을 급습한다.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해 성불구가 된 이동백은 "오래 전부터 망가져 버렸다"고 말하며 자신의 인생을 '고칠 수 없는'것으로 규정한다. 역시 망가져 버린 인생을 사는 아들이 불을 지르고 모두가 소멸되는 순간, 이동백은 생애 처음으로 성적인 만족을 느낀다. 인격장애와 성불구로 상징되는 인간의 한계는 죽거나 사라지는 시간이 닥쳐야만 가까스로 고쳐지고 해소되기 마련인가. "아저씨 참 불쌍하다"는 독백을 이동백에게 던지며 함께 불타는 여인의 모습이 잔상이 오래 남는다. 심성효, 정은경, 김동원, 조지승이 연기한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