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어민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해수부가 GS칼텍스의 대변인이냐."
전남 여수 낙포동 원유2부두에서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의 피해 보상 문제를 처음으로 논의하는 대책회의가 열린 6일 오후 여수시 여서동 여수지방해양항만청 2층 회의실. 해임된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전날 "1차 피해자는 GS칼텍스이고, 2차 피해자는 어민들"이라고 말한데 이어 이날 회의에서 해수부 관계자가 두 차례나 "GS칼텍스도 피해자"라고 언급하자 참석한 어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방제복과 마스크를 쓴 신덕마을 주민 60여명은 여수항만청 현관 앞에서 GS칼텍스의 책임 있는 보상과 윤 전 장관의 사과를 촉구하는 농성을 벌였다.
이날 '기름유출사고 수습대책협의회 제1차 회의'에는 피해어민 대표들과 해수부, 여수해경, 여수시청, 광양시청, 남해군청, 해양환경관리공단, 여수ㆍ광양ㆍ남해수협, GS칼텍스 등 20여개 기관ㆍ단체가 참석했다. 회의 결과 방제작업에 들어간 인건비, 기름 유출과 방제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주민들의 두통 등 치료비는 GS칼텍스측이 우선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GS칼텍스를 보상 주체로 정해야 한다는 어민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회사측이 난색을 표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해수부에 대한 어민들의 불신이 높은데다 GS칼텍스와의 이견도 커 향후 협상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 앞서 어민 대표들은 모두 발언을 통해 해수부의 피해 구제 대책에 강한 불만을 털어놓았고, GS칼텍스측이 우선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를 맡은 문해남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이 "이번 사고는 주민들에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고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삶의 터전 자체가 위협을 받아 정신적ㆍ문화적 공황 상태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논의하자"고 말한 뒤 "한편으로는 GS칼텍스도 억울할 수 있다. 그런 부분까지 고려해서 서로 이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하자 어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신덕마을의 김모 청년회장은 "해수부가 어민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데 정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고, 한 주민은 "해수부가 GS칼텍스 대변인이냐, 피해주민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해군 어민대표 박모씨는 "해수부가 이러니까 중간에 폐지 당한 아니냐. 또 폐지 당한고 싶으냐"고 성토했다.
이원식 하동군 대표는 "보상의 주체를 확실하게 명문화해야 한다"며 "나중에 해운사든 국가든 책임을 물어서 구상권을 청구하더라도 가장 큰 피해자인 주민에 대한 보상은 GS칼텍스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상의 주체가 명문화되지 않는다면 당장 내일부터 어민들은 오염 방제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GS칼텍스 김기태 전무는 "GS칼텍스가 운영하는 시설물에서 청정해역을 훼손하고 삶의 터전을 위협한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주민들이 방제활동에 들인 생계지원형 방제비에 대해서는 곧바로 지원하고, 주민 피해 규명을 위한 손해사정 업무 등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여수=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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