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손처럼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의수(바이오닉 핸드)가 사상 최초로 임상시험에 성공했다.
영국 BBC방송은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트랜슬래셔널 메디슨(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린 논문을 인용, "10년 전 폭죽 사고로 왼손을 잃은 덴마크 남성 데니스 아보 소렌슨(36)이 두 눈을 가리고 팔의 신경에 연결된 바이오닉 핸드로 물건을 쥐었을 때 촉감과 모양을 느끼는 데 성공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의 로봇공학자들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2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과학증진협회(AAAS) 연례총회에서 바이오닉 핸드 개발을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소렌슨이 사고로 잃은 왼팔의 남은 윗부분의 내부 신경에 전극 4개를 삽입하고, 손가락마다 첨단 센서들이 부착된 바이오닉 핸드를 그 팔에 끼우도록 했다. 그러면 바이오닉 핸드로 물체를 만질 때 손끝에 달린 센서가 정보를 전자 신호형태로 컴퓨터로 보낸다. 컴퓨터는 이것을 알고리즘을 사용해 자극으로 바꾼 뒤 신경 전극을 통해 뇌에 전달한다. 감각을 뇌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한 전자공학과 소프트웨어 등이 총동원된 바이오닉 핸드 하나의 무게는 640g으로 모터 5개, 센서 40개, 컨트롤러 등으로 구성됐다.
소렌슨은 눈가리개와 귀마개를 착용한 상태에서 오렌지와 야구공을 구별하고, 자신이 들고 있는 물건이 딱딱한 나뭇조각인지, 얇은 플라스틱 컵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내가 뭔가를 쥐었을 때 쳐다보지도 않고 직감으로 사물이 부드러운지, 딱딱한지, 네모난지, 둥근지 느꼈다"며 "어둠 속에서도 손을 사용할 수 있어 놀라웠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연구팀을 이끈 실베스트로 미체라 스위스 로잔공대(EPFL) 신경엔지니어링연구소장은 "팔이 절단된 사람이 인공 장치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임상시험이 성공함에 따라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인공장치가 신체기관의 일부를 대신할 날도 머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바이오닉 핸드가 상용화 하는데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추산하고, 질감이나 온도 탐지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연구팀은 우선 집에서도 의수를 사용 가능하도록 기술을 소형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체내 삽입 초소형 전극을 만들어낸 토마스 스티글리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교수는 "외부로 연결된 케이블을 제거하고, 체내에 완전히 삽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렌슨도 "바이오닉 핸드 실험 후 다시 옛 의수를 착용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실험에서도 바이오닉 핸드를 착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며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날을 기대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