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석가모니의 제자라면 3개월 안에 아라한이 돼야 합니다. 공(空)의 이치만 이해하면 깨달음은 어렵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깨달음을 남의 일로 바라만 볼 것입니까."
경남 함양군 죽곡리 동사섭 행복마을 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용타(龍陀ㆍ72) 스님이 50년 수행을 한 권에 담아 (민족사 발행)을 펴냈다. '공을 깨닫는 27가지 길'이란 부제가 말해 주듯 공의 개념을 이해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법을 알기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책은 1980년 스님이 창시한 동사섭(同事攝ㆍ부처나 보살이 중생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삶의 태도) 수행 프로그램의 고급 과정 교재이기도 하다.
"나이 먹어 늙어가고 더 많은 사람에게 행복의 비결의 전하고자 책을 발간했다"는 스님은 공을 머리로 깨쳤다고 했다. 전남대 철학과 2학년일 때 친구가 흥얼거리는 노래 가락이 궁금했다. '반야심경'이었다. 개신교 신자였던 스님은 '반야심경'의 '색즉시공(色卽是空ㆍ물질세계와 평등무차별한 공의 세계가 다르지 않다)' 구절에 마음을 빼앗겼다. 스님은 "당시 색즉시공이 나의 화두였다"며 "내 화두는 머리로 따지지 말고 사유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조계종의 간화선과 다르다"고 했다. 스님은 "한국 불교는 사유를 서자 취급한다"며 "내가 말하는 화두는 색이 공인지 투철하게 이치를 밝히는 사유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두 달간의 몰두 끝에 답을 얻었다. "이러이러해서 색이 공하다는 논리적 사고였다"며 "우주가 두 쪽 난 듯했고 내 몸을 감싸던 투명 보자기가 벗겨지는 시원함과 같은 상태를 느꼈다"고 했다. 스님이 전하는 공에 이르는 원리는 간단하다. 백색광선에 불과한 빛을 빨주노초파남보로 바꿔 보여주는 프리즘, 즉 시각구조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은 "눈 하나만 제쳐내면 모양, 크기, 색깔을 다 초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음이 괴로워지는 건 어떤 대상을 '실체'로 떠올려서다. 가치 판단을 하게 되고 이에 상응하는 욕구가 생겨난다. 이 욕구가 과해지면 집착이 돼 결국 고통과 전쟁을 부른다"고 설명했다.
용타 스님은 대학 3학년이던 1963년 스물세살에 청화 스님을 만나 출가했다. 승려 신분으로 10여 년 동안 고교 독일어 교사를 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현재 성륜불교문화재단 이사장, 귀신사(歸信寺)와 행복마을 회주를 맡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