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에 따른 닭 소비 감소로 기르던 토종닭을 출하하지 못한 50대 축산농이 비관 자살했다.
6일 전북 김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쯤 김제시 금구면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봉모(52)씨가 자신의 집에서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을 시도했다. 봉씨는 음독자살을 시도하기 전 서울에 사는 조카에게 전화를 걸어 "할머니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다.
조카는 곧바로 전북 부안에 사는 봉씨의 누나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누나와 매형 김모(67)씨가 쓰러진 봉씨를 전주예수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 조사결과 봉씨는 김제에서 토종닭 3만5,000여 마리를 기르는 양계농으로, AI 발생 이후 제때 출하를 하지 못해 고민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토종닭은 보통 입식을 한 뒤 두 달이 지나면 출하해야 하지만 봉씨의 닭 중 일부는 100일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봉씨의 농장에서 가장 가까운 AI 발생지는 전북 정읍시 영원면으로 20여㎞ 떨어져 있다.
봉씨의 형(55)은 "동생이 며칠 전에도 '토종닭을 제때 출하하지 못해 망하게 생겼다'며 처지를 비관하는 말을 했다"면서 "재래시장에서도 생닭 거래가 금지되는 바람에 동생이 오랫동안 닭을 내다 팔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봉씨는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하고 있었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제=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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