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5.14+9+3.1.12.12-21+21.16+6.15.18-23.9.20.14.5.19.19-…."
지난해 9월 1일 마약사범으로 군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강모(28)씨는 숫자가 적힌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언뜻 보기에는 복잡한 수학 문제처럼 보이는 내용이지만 사실은 비밀 암호 편지였다. A부터 Z까지 알파벳을 1부터 26까지 숫자에 일대일로 대응해 문장을 만든 것이다. 마침표는 철자에 대한 구분을, '+'와 '-'는 단어 사이의 구분을 의미했다.
이런 방식으로 강씨가 파악한 메시지는 'when I call u up witness say ur buddy left the shit'로 "내가 너를 증인으로 부르면 네 친구가 마약을 두고 갔다고 말하라"는 위증을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부장 백용하)는 마약 소지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으면서 다른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강씨에게 암호로 된 편지를 보내 위증을 부탁한 혐의(위증교사)로 이모(32)씨를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이씨의 요구대로 법정에서 허위 진술을 한 강씨 역시 위증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8월 필로폰을 소지했다 적발돼 재판을 받으면서 강씨에게 필로폰이 발견된 장소 등을 상세히 적은 편지를 보냈다. 이후 두 번에 걸쳐 '증인으로 출석하면 나는 대마만 하고 마약은 하지 않는다고 말해달라'는 등의 수학문제로 꾸민 암호가 담긴 장문의 편지를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강씨가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어 강씨의 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보낸 편지를 발견했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내용 해석을 시도해 결국 숫자와 알파벳을 대응시키는 방식의 암호구조를 파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강씨와 교도소 같은 방에 복역하며 향정신성의약품인 최면진정제를 처방 받아 소지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홍모(38)씨를 기소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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