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1. SBS '별에서 온 그대' 11회에서 천송이(전지현)와 도민준(김수현)이 장을 보러 간다. 이때 천송이는 핑크빛 의상과 강렬한 레드 클러치로 화면에 클로즈업 된다.
#TAKE 2.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19회에서 응급실에 실려간 남편(하석주)을 향해 아내 오은수(이지아)가 "스트레스 받지 말라"며 위로하고 있다.
#TAKE 3. MBC '기황후' 28회에서 기승냥(하지원)이 타환(지창욱)에게 먹을 갈아주며 글을 가르치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에는 협찬도 아낌이 없다. 톱스타가 출연하면 협찬의 수준도 달라진다. 25%의 시청률을 넘나드는 SBS '별에서 온 그대'에는 전지현 김수현 두 톱스타가 나오는데 두 사람을 받쳐주는 패션 스타일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들이 극중에서 보여준 패션은 매주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는다. '전지현 XX가방' '전지현 점퍼' '전지현 XX 스니커즈' 등 다양한 연관 검색어가 뜬다. 전지현은 연예계의 손꼽히는 스타일리스트인 정윤기의 터치로 의상을 입고 있다. 놀라운 것은 전지현의 의상에 이제껏 TV 드라마 협찬을 거의 하지 않았던 브랜드가 많다는 점이다. 버버리, 지방시, 끌로에 등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패션이 대부분이다.
전지현은 11회에서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스타일을 선보였다. 전지현은 장을 보러 가는 장면에서 버버리 프로섬의 2014 SS 컬렉션에 나왔던 의상을 입었다. 겉에 걸친 핑크색 재킷은 더블 니트 캐시미어 테일러드 재킷으로 370만원이나 한다. 안에 입은 핫핑크 스커트는 가격이 130만원, 셔츠는 105만원이다. 겨드랑이에 낀 플라워 시어 바이닐 페탈 클러치 백은 180만원. 전지현이 이 한 장면을 위해 모두 785만원어치의 의상을 입은 셈이다. 역시 11회에서 김수현과 얼음낚시를 하며 입은 군청색 야상 점퍼는 이탈리아 브랜드 미스터앤미세스 퍼 제품으로 가격이 700만원대에 이른다. 아직 국내에 정식 수입 판매처가 없어 마니아 사이에서만 알려진 브랜드다. 전지현이 사랑 고백을 거절당한 후 술에 취해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를 때 입은 지방시의 밤비 티셔츠도 가격이 70만원대다.
재벌가 며느리로 변신한 배우 이지아도 고가 패션을 입고 나온다.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보여준 단아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의 의상은 20~30대 여성 패션 블로거 사이에서 벌써부터 입 소문을 타고 있다. 이지아가 극중 주로 입는 브랜드는 이탈리아 브랜드 파비아나 필리피다. 모노톤과 파스텔톤 등 차분한 색상의 코트와 카디건은 극중 이지아의 성격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19회에서 이지아가 입은 코트 역시 이 브랜드의 제품으로 가격이 200만원대에 이른다. 이지아의 재벌가 패션을 완성하는 것은 자주 입고 나오는 블라우스다. 이지아는 주로 국내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제품으로 멋을 살리고 있다. 앤디앤뎁이나 맥앤로건의 블라우스는 새틴이나 레이스 처리가 많아 여성의 온화한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이들 블라우스는 50만~100만원대. 이지아가 극중에서 뮤지컬 공연을 볼 때 착용한 다이아몬드 장식 이어링은 골든듀 스플랜더로 약 800만원이다. 액세서리 하나도 재벌가 며느리를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사극의 패션 단가는 더 올라간다. 역사 왜곡이라는 불명예를 안았음에도 시청률 25%를 넘긴 MBC '기황후'는 원나라 패션을 원 없이 보여준다. 디자인이나 자수 도안 등은 '기황후' 의상팀이 담당하고 제작은 숙현한복의 협찬으로 이뤄진다. 고가의 제품이기 때문에 제작비로는 감당이 안 된다는 얘기다.
'기황후'의 의상을 총괄하는 이혜란 부장은 "원나라 복식에 이전 시대인 당나라와 송나라의 복식 문화가 반영돼 있다"며 "'기황후' 속 여성 복식은 주로 당나라 식인데 한국의 정서와 이질감이 생기지 않도록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기황후' 1회에서 하지원이 황후 책봉식 때 입은 붉은 색 포(걸쳐 입는 의복)는 일일이 손자수가 들어갔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다. 두 달 이상 걸리는 대작업 끝에 완성했기 때문에 굳이 가격을 책정한다면 1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원이 청아한 색상으로 자주 갈아입는 포 역시 400만원~1,000만원대로 가격이 비싸다. 고가인데다 제작 기간도 길어 여벌이 없기 때문에 하지원조차 옷을 입을 때 남다른 신경을 써야 한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지현, 하지원, 이지아 등 스타급 여배우들이 대거 TV로 몰리면서 패션업계 역시 바빠졌다"며 "TV뿐 아니라 개인 블로그나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스타 마케팅의 효과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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