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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최다 한라장사 김기태 “다윗이 골리앗 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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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최다 한라장사 김기태 “다윗이 골리앗 이겨야 한다”

입력
2014.02.0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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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판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펼쳐지는 무대다. 지역장사대회는 체급 별로 나눠져 있지만 천하장사 대회는 체중 제한 없이 모든 선수들이 한 자리에서 승부를 겨룬다. 1980년대 한라급 이만기(현 인제대 교수)가 거구의 백두급 장사들을 물리치고 꽃가마에 오른 장면은 아직도 씨름 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현역 최다 한라장사인 김기태(34ㆍ현대삼호중공업)는 올해 제2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2012년 4월 보은대회에서 통산 9번째 한라장사에 오른 뒤 지독한 아홉수에 시달렸지만 지난달 31일 설날대회에서 1년 9개월 만에 10번째 장사 가운을 입었다. 자신의 별명인 ‘폭격기’처럼 저돌적인 씨름으로 건재함을 뽐낸 그는 당차게 올 시즌 천하장사 등극을 외쳤다.

▲거구 넘겨야 씨름 부흥기도 온다

김기태는 프로 씨름에 입문한지 어느덧 12년째다. 데뷔부터 줄곧 한라급을 고수하고 있다. 천하장사에 바짝 다가가기 위해서는 체급을 올려야 유리하다. 이만기도 1983, 1984년 한라급으로 천하장사 우승을 차지한 이후 이듬해부터 백두급으로 올렸다. 그 이후 한라급 천하장사는 자취를 감췄다.

김기태는 체급을 올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다윗이 골리앗을 이겨야 씨름이 매력 있고, 다시 부흥기를 누릴 수 있다”며 “2008년 대회에서 거구들을 넘기고 결승까지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모든 사람들이 나를 주목하고 응원을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침체됐던 씨름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2008년 천하장사 대회 때 104㎏의 김기태는 8강에서 153㎏의 김승현, 4강에서 142㎏의 백성옥을 잇달아 제압했다. 결승 상대는 170㎏의 윤정수였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백두급은 체중이 무제한이었다. 무려 66㎏이나 차이 나는 상대는 힘, 기술로 전혀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러나 김기태는 5판3선승제 결승에서 두 차례나 윤정수를 눕혀 마지막 판까지 승부를 몰고 갔지만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기태는 “30㎏ 정도 차이만 나도 팬들의 응원에 희열을 느끼고 초인적인 힘이 나와 어떻게든 해볼 수 있는데 몸무게 차이가 너무 났다. 지금은 한라급이 110㎏까지 오르고 백두급 체급은 150㎏ 이하로 내려갔다. 올해 천하장사 대회 우승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올해 3년 재계약, 37세까지 모래판 선다

스포츠는 멘탈(정신)이 중요하다. 2013년은 계약 마지막 해였던 만큼 성과를 내고 싶었지만 잔 부상에 시달려 무관에 그쳤다. 30대 중반을 향하는 나이도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긴 슬럼프에 빠지는가 싶었지만 현대삼호씨름중공업은 김기태를 재신임하고 3년 재계약을 제시했다. 김기태는 “구단이 나를 다시 믿고 선택한 것에 대해 보답하고 싶어 설날 대회를 앞두고 동계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다”면서 “가족들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잘 내조해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태는 올해 재계약으로 37세까지 모래판에 선다. 지금 기세라면 김용대(은퇴)가 보유한 역대 최다 한라장사 기록(14회)도 충분히 갈아치울 수 있다. 그는 “몸 관리가 힘들지만 항상 같은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어르신들이 나를 보며 ‘아직도 씨름하네’라고 많이 얘기하는데 선수라서 행복하다. 대회를 준비하며 느끼는 스릴과 긴장감이 좋다”고 강조했다.

김기태는 충남 청양이 낳은 씨름 스타다. 폭발적인 파워와 속전속결 씨름으로 고향 어르신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고, 김기태의 동상까지 제작했다. 씨름 열기로 가득한 청양은 2010년부터 단오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는 5월에 열린다. 김기태는 “동상은 이미 만들었다고 한다. 제막식은 내가 청양 대회에서 우승하면 한다고 하는데 이 때문이라도 올해 꼭 우승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김지섭기자

한국스포츠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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