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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 합의] 북한, 남측 '키리졸브 이전' 제안 수용… 마주한지 4시간여 만에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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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 합의] 북한, 남측 '키리졸브 이전' 제안 수용… 마주한지 4시간여 만에 결실

입력
2014.02.0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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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이산가족 상봉(20~25일)을 확정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오전 10시 시작된 협상이 오후 2시22분, 4시간여 만에 끝났다. 지난해 8월23일 북측의 일방 파기로 결실을 거두지 못한 이산상봉 실무접촉이 오후 9시 종료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남북이 모처럼 이른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대화의 초점을 상봉 시기에 맞췄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우 남북은 각각 상봉규모 확대 및 국군포로ㆍ납북자 문제해결, 금강산관광 재개 협상 등 추가 의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한 탓에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다.

여기에 북측은 키리졸브 한미 연합군사훈련 전 상봉 행사 개최를 희망한 우리 정부의 요구에 부응했다. 정부가 당초 제안한 17~22일 상봉은 아니지만 촉박한 행사준비 기간을 감안할 때 상당한 성의를 보인 것이다. 정부도 내심 한미 군사훈련 이후만 아니면 북측이 수정 제의를 해 올 경우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지난해 딴죽을 걸었던 숙소 문제 역시 정부의 금강산ㆍ외금강호텔 제안을 즉각 수용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그 동안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라는 우리 요구에 답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협상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은 "입춘을 맞았지만 아직 겨울 날씨는 쌀쌀하다"며 "북남관계 개선의 따뜻한 춘풍을 안아오자"고 말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도 실무접촉 브리핑을 통해 "이날 협상 결과는 상ㆍ중ㆍ하 중 '상'"이라고 흡족해했다.

지금까지 이산상봉이 꽉 막힌 남북관계를 푸는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가 긍정적 신호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민간 차원의 일회성 만남을 두고 본격적인 관계 해빙을 점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양측이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지향점이 너무 다른 탓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속내를 떠나 북한은 남측의 진정성 약속을 지키고 장성택 숙청 이후 더 험악해진 국제적 이미지도 개선하는 효과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합의문에서도 남북이 향후 파열음을 일으킬 부분이 엿보인다. 합의문에는 "상봉 행사 뒤 적십자 실무접촉을 개최해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적시돼 있다. 우리측이 염두에 둔 인도적 사안은 국군포로ㆍ납북자 문제 해결이지만, 북측은 "납북자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북측은 쌀ㆍ비료 등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를 원하는 눈치다. 또 이날 협상에서 논란이 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재차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산상봉이 전면적인 남북관계 개선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기간 교착상태인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상호비방과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등 중대제안을 내용으로 하는 북한의 공개서한에 대한 공식 입장에서 진정성의 바로미터로 '핵 포기를 위한 실천적 조치'를 못박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인도적 사안 외에 금강산관광을 포함, 경제적 반대 급부를 주지 않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부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찰떡 공조를 과시하고 있다.

반면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도 "미국은 북남관계 개선의 흐름을 각방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한미 군사훈련의 책임을 미국에 떠넘겼다. 핵 포기 의지를 의심받고 있는 북한의 자세변화나 북핵 딜레마를 해결할 접점을 찾지 않는 한 남북관계의 질적 전환을 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설령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수용 등 일부 비핵화 액션을 취하더라도 완전한 핵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경제특구 등 경협을 활성화하고 불안한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남북관계를 낮은 단계에서 전술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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