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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 합의] "60여년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번엔 정말 만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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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 합의] "60여년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번엔 정말 만날 수 있겠죠"

입력
2014.02.0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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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내 고향 구월산과 단천 온천에서 뛰어놀던 때보다 오늘 훨씬 흥이 나지요."

강능환(93ㆍ서울 거여동) 할아버지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합의가 이뤄진 5일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상봉 예정자 가운데 최고령인 강 할아버지는 북한에 있는 아들 정국(62)씨에게 건넬 선물 보따리를 다시 들여다보며 챙겼다. 그는 "죽기 전에 (아들을) 못 볼 거라 여겼는데 금강산에서 보게 된다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황해도 신천에서 태어난 강 할아버지는 1951년 1ㆍ4 후퇴 이후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그는 결혼한 지 넉 달 만에 아내를 북녘에 남겨 둔 채 생이별했다. 임신 4개월이던 아내는 몸이 무거워 함께 피란길에 오르지 못했다. 형 둘과 함께 남으로 내려온 그는 부부 사진 한 장 없이 63년간 아내 얼굴을 머릿속에 그려 왔다. 특히 그는 얼굴 한번 본 적이 없는 피붙이 생각에 금강산에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강 할아버지는 달력에 하루하루 빗금을 쳐 가며 아들을 품에 안는 날을 기다려왔다고 했다. 가족 상봉이 좌절될 때마다 베란다 창에 붙어 있는 유일한 고향 사진, 구월산 전경을 보며 타는 속을 달랬다. 그는 "환갑이 넘은 정국이를 만나면 아무 말 없이 꼭 껴안고 얼굴을 어루만지고 싶다"고 말했다.

정희경(81ㆍ대구 남구) 할아버지도 상봉에 대한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고향 함경남도 갑산군 회린면에서 6ㆍ25전쟁 때 형과 단둘이 남으로 피란한 그는 이번 상봉에서 조카 철균(65)씨를 만난다. 정 할아버지는 "형이 2007년 노환으로 별세하기 직전 자신을 대신해 아들을 꼭 만나란 유언을 남겼다"면서 "(상봉 합의 소식에) 뭐라 말할 수 없이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복 외투 의약품 건강식품 등 각종 선물들을 다시 확인했다. 지난 추석 전 챙겨 둔 보따리였다.

지난해 추석에 예정됐던 이산가족 상봉이 불과 나흘 전 틀어진 탓에 불안감을 드러내는 상봉 예정자들도 많았다. 차규학(81ㆍ인천 계양구) 할아버지는 "오늘 (상봉이) 합의됐다고 하니 반갑기는 한데 지난 추석 때처럼 또 연기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고 털어놨다.

평안북도 강계군이 고향으로 6ㆍ25전쟁 때 월남한 그는 지난 추석 전 남동생(74)에게 주려고 속바지 방한양말 학용품 등을 두 보따리나 준비했다가 무산되자 모두 처분했다. 눈물을 훔치며 짐을 정리했던 그는 이날 기자에게 "상봉 한답니까"하고 재차 확인하듯 되묻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얼른 선물을 다시 사야겠다고 했다. 그는 "동생을 만나 어머니와 누이 장례는 어찌 치렀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설마 (내가) 남자인데 울음이야 나오겠냐"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남동생을 만날 예정인 이명호(82) 할아버지의 부인 한부덕(77)씨도 기대감 속에 또 연기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했다. 한씨는 "남편이 지난 추석 (상봉이) 미뤄졌을 때 '이제 생전에 만나지 못하고 죽나 보다'하고 한참을 울었다"며 "이번에는 꼭 남편이 그때 싸둔 짐을 들고 금강산으로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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