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전남 여수시 낙포동 GS칼텍스 원유2부두에서 원유운반선 우이산호(16만4,000톤급)가 송유관과 충돌할 당시 선박의 안전한 접안을 유도해야 할 GS칼텍스 소속 해무사(海務士)가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이번 사고가 '과속 접안'을 한 도선사의 과실뿐만 아니라 해무사의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어 접안시설 안전관리 부실에 대한 GS칼텍스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여수해양경찰서는 우이산호가 원유2부두 하역시설에 접안하면서 송유관을 들이받아 기름이 유출될 당시 사고현장에 부두와 선박의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해무사가 없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해경은 이번 사건을 인재(人災)로 보고 GS칼텍스 관계자들을 상대로 안전관리 및 감독 소홀 여부에 대해 집중 조사 중이다. 현재 GS칼텍스는 1급 항해사 출신 해무사(5명)를 자체 고용해 선박의 접ㆍ이안 유도와 부두 하역 안전관리 등의 업무를 맡기고 있다. 이 중 원유와 나프타, 등유 등을 취급하는 원유부두에는 해무사 3명이 교대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부두에서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등을 통해 부두로 이동 중인 선박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면서 선박에 타고 있는 도선사와 무선 교신으로 선박의 접근속도와 각도 등 항로조건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선박이 안전하게 접안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사고 당시 해무사가 부두를 비우면서 우이산호의 과속이나 접근 각도 이탈 상황 등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도선사 혼자 무리하게 접안을 시도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해경은 추정하고 있다. 우이산호는 접안 당시 안전속도(2~3노트)를 넘어 7노트의 빠른 속도로 진입하면서 접안항로를 왼쪽으로 30도 가량 벗어나 송유관을 들이받았고, 이 과정에서 도선사는 충돌 수십 초 전에야 닻을 내렸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당시 해무사가 부두에 있었는지 여부는 선박 충돌사고는 물론 이로 인한 해양 오염사고의 책임 소재를 가르는 핵심 사안"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 측은 이날 "우이산호가 예정보다 1시간가량 빨리 접안하는 바람에 해무사가 현장을 지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박에 대한 접안통보는 하주(荷主)인 GS칼텍스 측이 접안 스케쥴에 따라 해당 선사 대리점을 통해 도선사에게 하는 것으로, GS칼텍스측의 통보 없이 선박이 일방적으로 접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4일 GS칼텍스 측은 "사고 당시 해무사가 있었느냐"는 확인요청에 "해무사는 있었다"고 말했다가 뒤늦게 해무사 부재 사실을 시인하기도 했다.
여수항을 이용하는 한 해운선사 대리점 관계자는 "도선사가 하주의 접안 통보 없이 선박을 마음대로 부두로 이동시킬 수는 없다"며 "우이산호가 당초 예정시간보다 1시간 빨리 접안을 위해 이동했다면 하주 측의 접안 통보가 있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한편 해경은 215m의 송유관 가운데 파손된 111m 부위부터 바다쪽으로 봉인된 부분의 기름이 바다로 흘러갔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기름 유출량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여수=안경호기자 khan@hk.co.kr
하태민 ham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