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니카라과 운하, 수리남-가이아나 교량 건설 등 카리브해 지역의 대규모 사업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미국의 앞마당인 카리브해에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영국 BBC방송은 "로드리구에스 바이케트 가이아나 외무장관이 '가이아나와 수리남의 국경인 커런타인강을 건너는 교량을 건설하자'는 수리남 측의 제안을 수락했고, 이 사업에 지원 의사를 밝혔던 중국 측에도 교량 건설 프로젝트 지지 입장을 전달했다"고 4일 밝혔다.
가이아나와 수리남 국민들은 유럽연합(EU)의 지원으로 코리버튼(가이아나)과 니우 니케리(수리남)간 운행하는 커런타인 강의 페리에 의존해 국경을 오가고 있다. 중국의 지원으로 교량이 건설되면 자동차 등을 이용한 육로 이동이 가능해져 물류 운송 및 인적 교류에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가이아나와 수리남은 각각 영국과 네덜란드 식민지였고, 양국 모두 소국이지만 목재와 광산물이 풍부하다.
BBC는 "중국이 종전에는 대만과의 외교전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카리브해 국가들을 지원해왔으나 대만과의 관계가 회복된 이후엔 미국과 뜨거운 경쟁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가이아나-수리남 교량 건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5~6월 중국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중남미를 순방하면서 카리브해 연안 국가 정상들과 만나 제안한 에너지 협력 및 통상투자 확대의 후속 조치이다. 중국은 당시 시 주석이 약속한 30억달러(3조3,000억원) 규모의 우대조건 차관에서 이 교량 건설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중국은 한때 공사지연 설이 나돌았던 니카라과 운하도 예정대로 올해 착공할 계획이다. 중국 회사 '베이징대양운하투자관리유한공사(北京大洋新河投資管理有限公司)'의 왕징(王靖) 회장은 지난달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과 함께 니카라과운하 건설 공사를 올 12월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국 회사는 지난해 6월 니카라과를 동서로 가로질러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니카라과 운하(총 길이 286㎞) 건설권과 50년간의 운영권을 따냈다. 운영권은 50년 더 연장할 수 있다. 내전 개입과 독재정권 지원 등으로 미국과 관계가 좋지 않은 니카라과가 400억달러(약 42조4,000억원)의 비용이 드는 대형 프로젝트를 미국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에 맡긴 것이다.
아울러 니카라과 운하가 계획대로 2020년 완공되면 파나마 운하의 독점체제도 무너지게 된다. 파나마운하는 미국이 85년간 운영해오다 1999년 파나마에 넘겨줬다. 중국으로서는 현재까지 유일하게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한 해상 운송의 관문인 파나마운하와는 별도의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중남미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니카라과운하는 적재 중량이 최대 25만톤인 선박도 통과할 수 있어 8만톤급 선박이 통과할 수 있는 파나마운하보다 경쟁력도 있다. 올해 100주년을 맞은 파나마운하는 연말 완공을 목표로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총 공사비용(32억달러) 초과 문제로 공사가 지연돼 2015년 6월로 완공시점이 늦춰진 상태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니카라과 운하는 중국이 남미 주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와의 원유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거점으로 삼으려는 지정학적인 의도"라고 풀이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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