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지역경제도 어려워 회사(단체)도 힘이 드는데 고위 공직자들이 장학기금을 내라고 하니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네요"
전남 무안군이 고위 공직자들을 동원해 승달장학금 모금 활동에 나서 일부 기탁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오는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안군수 측근과 일부 공직자들이 지역의 업체들을 방문해 장학금을 모집하고 있어 '강제 기탁''군수 치적 쌓기' 등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5일 무안군과 지역경제계에 따르면 1993년 무안승달장학회가 출범하고 20년이 지난 2012년 2월말까지 29억 5,000만원이었던 장학기금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철주 군수 취임 이후 42억5,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승달장학기금은 지난해 군비 10억원 출연과 기업, 공무원 등의 기탁금 3억원 등 모두 13억원이 늘었다. 여기에다 올해 군비 7억원 출연과 지난달 29일까지 정산된 일반인 기탁금 1억9,040만원을 합하면 장학기금은 5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김 군수가 재임한 지난 2년 동안 군 사업 관련 공사업체나 인허가 업체들이 1억 원 이상 납부한 것을 놓고'강제기탁'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토지조성공사를 허가하지 않아 A사와 행정심판까지 간 무안군이 법원판결 7개월이 지나도록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지난달 6일 예비조건 허가를 사업자에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같은달 21일 업체 대표가 군청 고위 간부를 만나 승달장학금 1억원을 기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무안군 청계면 한 골프장은 준공허가도 없이 영업을 하다가 비난이 일자, 지난해 말 1억원의 승달장학금을 기탁한 후 최근 조건부 승인을 얻어 18홀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들어 무안지역 건설업체 대표들은 군청 간부들로부터 승달장학금 기탁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안군 최고위급 간부들이 나서 소규모 상인협회 등에 승달장학금 기탁을 강하게 요구하는 등 모금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직자들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50여명의 공무원들은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까지 장학금을 기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박모(50ㆍ무안읍)씨는"사업 인허가나 공사수주를 통한 장학금 모금은 분명히 잘못된 행정이다"며"장학기금 모금 성과를 군수 치적처럼 변모시켜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무안군 관계자는"인근 지역에 비해 승달장학기금 조성이 현저하게 열악한 실정"이라며"기금 조성 과정에서 잡음은 있을 수 있지만 좋은 의미로 순수하게 봐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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