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5일 청와대 대변인에 민경욱(51) KBS 전 앵커를 임명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김행 전 대변인의 사퇴 이후 36일간 공석이던 대변인 자리가 채워지게 됐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해외특파원(주워싱턴 특파원)을 포함해 다년간 방송기자와 뉴스 진행자로서 활동해온 분으로 풍부한 언론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을 국민께 잘 전달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인천 출신으로 연세대를 졸업한 민 신임 대변인은 1991년 KBS 입사 후 보도국 정치부, 기동취재부, 사회부 등을 거쳐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KBS1TV 뉴스9 앵커를 맡았다. 민 대변인은 인선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제안을 받았다"며 "국민과의 소통을 증진시키는데 일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서는 "워싱턴 특파원 때 (박 대통령이) 잠깐 왔는데 그 외에는 인연이 없으며 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뉴스를 진행하면서 인터뷰를 한 경험은 있다"고 설명했다.
민 대변인은 그러나 인선 직전까지 보도국 문화부장으로서 언론 현직에 몸 담고 있다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직행한 것이어서 언론인의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민 대변인은 이날 오전에도 보도국 편집회의에 참석하는 등 업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제정된 KBS 윤리강령에는 'KBS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정치관련 취재 및 제작담당자는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민 대변인은 또 위키리크스가 2011년 폭로한 미 외교 전문에서 주한 미 대사관 측에 대선 후보자 정보를 전달한 인물로 묘사돼 논란이 일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작성된 전문에는 이명박 후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민 대변인이 이 후보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내용이 담겼으며 "민경욱은 다큐에 대해 조사를 하는 한달 동안 이명박과 그의 측근들에 의해 완전히 설득당했다. KBS 다큐멘터리는 이명박에 대해 꽤 우호적일 것으로 예측된다"는 평가도 실렸다. 민 대변인은 지인인 주한 미 대사관 직원과의 술자리에서 한 얘기라고 했지만 기자윤리 시비가 적지 않았다.
당장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임명의 부적절성을 들어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고, KBS 노조와 내부에서도 "사표수리도 안된 공영방송 기자가 바로 청와대로 가는 행태" 등을 거론하며 윤리강령 위반과 문제의식 부재를 지적하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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