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렵게 보내느라 배우지 못했던 설움이 항상 가슴에 남아 있었는데 오늘 그 한을 풀었습니다."
5일 열린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 제14회 졸업식에서 졸업장을 받은 오점녀(82ㆍ사진) 할머니는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최연소 졸업생보다 무려 63세나 많아 최고령인 오씨는 76세가 되던 2008년 입학, 6년간 학구열을 불태웠다.
그 세대 대부분이 그렇듯 오씨 역시 어려운 형편에 학업을 그만둬야만 했다.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전주 풍남보통학교를 졸업한 그는 "예전에 우리 집에 아주 잘 살았지만 일제감정기와 6·25를 거치면서 오빠들이 강제노역에 끌려가고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면서 집안이 몰락했다"면서 "한 명이라도 돈벌이를 해야 했기에 15살에 학업을 그만두고 직조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식들을 결혼시키고 생활이 안정된 후 배움에 눈을 돌린 할머니는 노인복지회관에서 컴퓨터와 알파벳 등을 익혀 학업을 그만둔 지 50여년이 지나서야 다시 학교 문을 두드렸다.
오씨는 "그냥 마음 한구석에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는데 우연히 TV에서 입학 광고를 봤다"면서 "젊은 친구들을 따라갈 수는 없었지만 학우들과 선생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대학 졸업장을 따는 것이 목표인 할머니는 올해 한일장신대 심리학과에 지원했다. 살아온 경험과 역경을 바탕으로 젊은 사람부터 노인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심리상담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최수학기자 sh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