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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2월 6일] '단말기 유통법' 제정이 시급한 이유

입력
2014.02.0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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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말기 유통법)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유통 구조는 극심한 이용자 차별, 90만~100만원대의 고가 프리미엄폰 위주의 유통 체계 고착화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어 정책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투명공시, 보조금 부당 차별 금지, 보조금과 요금할인 선택제가 주요 내용인 단말기 유통법은 휴대전화 보조금 정책이 통신 요금 정책과 더불어 사회 후생을 개선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대안이 될 수 있는 근간이 된다.

시장이 자원배분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경제주체 간 충분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 충분한 경쟁을 위해선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의 가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의 효용과 가격을 합리적으로 비교하여 의사 결정을 하여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유통구조 하에서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동일한 종류의 휴대전화도 언제 어디서 구매하는 지에 따라 두 세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한 휴대전화를 사기위해 대리점을 찾는 소비자는 판매 직원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알려주는 가격으로 구입하고 있다. 즉, 상품가격에 대한 정보는 대리점 판매자만이 알고 있는 상태에서 소비자는 일방적으로 가격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게 되는데,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정보 자체도 소비자가 누구냐에 따라 모두 다르고 편차는 같은 날에 구매하더라도 수배 차이에 이른다. 여기에 휴대전화 유통법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살펴보면, 단말기 유통법은 소비자들에 대한 보조금 공시, 부당한 차별금지, 보조금 또는 요금할인 선택제 등을 통해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 현재 이통사들은 지속적인 수익 감소를 초래하는 요금 경쟁보다는 소비자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원하는 보조금 경쟁을 선호하고 있다. 유통 구조가 독과점인 상황에서는 소비자 차별이 존재할 경우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소비자 후생이 공급자 후생으로 대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극단적으로 사업자가 모든 소비자에 대해 가격 차별화를 할 수 있다면 모든 사회적 후생이 사업자의 몫이 된다. 하지만 단말기 유통법이 시행되어 보조금 공시를 통해 소비자에게 휴대전화와 요금에 대한 가격 정보가 각각 정확하게 전달되면 소비자는 1차적으로 가격에 의해 의사 결정을 하게 되며, 이통사도 보조금 차별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서비스와 요금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보조금을 통한 시장교란 없이 보조금 공시, '보조금 또는 요금할인 선택제' 등을 통해 소비자는 자신의 통신 소비 패턴에 적합한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6만 원 대 이상의 고가 요금제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보조금을 저가 요금제 가입 소비자들에게 이전시킴으로써 전체적으로 소비자 후생은 증가할 것이다. 이렇듯 단말기 유통법은 공급자와 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시켜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

산업 생태계적인 측면에서도 단말기 유통법은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단말기 유통법이 시행되면 제조업체들은 불투명하고 불규칙적인 장려금 및 과도한 마케팅을 통한 소비자 착시가 아닌 품질 및 가격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불투명한 장려금이 아닌 기술과 품질, 그리고 투명한 가격으로 제조사간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소비자들이 고기능의 휴대전화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우리나라 제품의 수출 경쟁력도 강화시키게 된다. 이로 인해 이동통신 산업 전체의 역량도 증대될 것이다. 휴대전화 유통구조의 개선을 통해 기술향상, 소비자 편익 증가, 시장규모의 확대라는 이동통신 산업생태계의 선순환 구조의 형성이 가능한 것이다.

병이 있으면 치료해야 하며, 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우리나라의 비정상적인 휴대전화 유통구조를 치료하기 위한 단말기 유통법의 조속한 제정을 기대해본다.

이태희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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