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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심은 극우인사들 막말 릴레이… 공영방송 NHK 위상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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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심은 극우인사들 막말 릴레이… 공영방송 NHK 위상 흔들

입력
2014.02.0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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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코드 인사로 세계적인 공영방송 NHK의 위상이 휘청거리고 있다. 평화헌법 개정, 군비확충 등 과거 군국주의의 회귀를 연상하는 우경화 작업을 진행중인 아베 총리는 자라나는 교과서 검정제도 강화를 통해 자라나는 세대들의 사상 통제에 나서는 한편, 자신의 우익 행보에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해 연말 특정비밀보호법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아베 총리는 엄격한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는 공영방송 NHK의 편집권 장악을 통해 자신이 추진하는 언론 통제 시나리오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NHK 장악을 위해 임명한 우익성향 간부들의 막말 릴레이가 이어지면서 NHK의 신뢰에 흠집은 물론 방송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연이어 터진 NHK 간부들의 막말, 망언 퍼레이드는 모두 아베 총리가 방송장악을 위해 심어둔 측근 인사들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5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NHK 경영위원인 하세가와 미치코(長谷川三千子) 사이타마(埼玉)대 명예교수는 자살한 우익단체 간부를 예찬하는 글을 최근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글은 하세가와 교수가 지난 해 10월 우익 정당 '바람(風)회' 회장 노무라 슈스케(당시 57세)의 자살을 추도하는 문집에 "인간이 자신의 목숨으로 신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지 않는 무리들의 눈앞에서 노무라 슈스케는 신에게 목숨을 바쳤다"고 적었다. 그는 "(노무라의 자살로) 우리나라의 폐하는 다시 살아있는 신이 됐다"고도 썼다. 이 표현은 제2차세계대전 패전 이후 사라진 일왕 신격화를 부활하겠다는 논리여서 일본내에서도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무라는 1993년 10월 20일 자신의 정당을 뜻하는 한자어인 풍(風)을 이에 빗댄 주간 아사히의 삽화에 불만을 품고 아사히신문 도쿄 본사를 항의 방문, 신문사 고위인사들과 면담도중 권총으로 자살한 인물이다. 일본에서는 이 사건을 언론을 향한 대표적 테러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또 다른 NHK 경영위원인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도 3일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전 항공막료장의 지원유세에서 "난징대학살은 존재하지 않았다" "도쿄재판은 원폭 투하 등 비참한 학살을 무마하기 위한 재판이었다"는 황당한 발언을 내뱉어 물의를 빚었다.

이들을 NHK 경영위원으로 위촉한 장본인은 다름 아닌 아베 총리다. 하세가와 교수는 '2012년 아베 신조 총리를 원하는 민간인 유지의 모임' 대표간사를 맡아 아베 총리와 친분을 쌓았고, 일본의 대표적 우익작가인 햐쿠타는 아베 총리가 평소 팬을 자처해온 인물이다.

언론사 간부로서는 부적격한 발언을 일삼은 이들을 아베 총리가 발탁한 배경에 NHK의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일본 언론은 분석한다. NHK의 정치적 중립은 역대 자민당 정권에서도 존중해주는 분위기였지만, 아베 총리가 유독 NHK에 개인적 감정을 갖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베 총리와 NHK의 악연은 2001년 자민당 간사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베 총리는 당시 NHK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각시키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 방송국을 직접 찾아 문제가 되는 부분을 삭제한 채 방영토록 압력을 행사했다.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와 미군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의 오키나와현 배치 등을 둘러싼 NHK의 보도도 아베 총리로서는 눈엣가시였다. NHK는 2011년 도호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일본내 탈원전 바람을 옹호하는 보도를 자주 내보내 원전재가동을 추진중인 아베 총리를 곤경에 빠뜨렸다. 아베 총리는 오스프리 배치를 반대하는 오키나와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NHK의 보도를 문제제기 방식이 편향적이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NHK의 보도 성향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민주당 정권시절 임명된 마쓰모토 마사유키(松本正之) 전 NHK 회장을 교체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NHK는 한국의 KBS처럼 시청자들의 수신료로 운영하는 공영방송이지만, 대통령이 임명하는 KBS와는 달리 12명의 경영위원이 회장을 임명토록 해 정치적 중립을 더욱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인물 4명을 대거 경영위원으로 발탁, 경제인 출신인 모미이 가쓰토를 신임 회장으로 임명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모미이 회장 역시 아베 총리와 사적 모임을 통해 친분을 쌓은 인물로 우익적 성향이 강하다. 모미이 회장이 지난 달 취임 기자회견서 "전쟁중 어느 나라도 위안부는 있었다"는 발언을 한 것도 아베 총리에게 충성경쟁을 벌이기 위한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아베 인사들의 잇단 망언에 NHK 내부에서는 곤혹스런 분위기가 역력하다. NHK 시청자 게시판에는 모미이 회揚?부적절 발언을 비난하는 의견이 7,500여건이 접수됐다. 회기중인 국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NHK의 정치적 중립을 우려하며, 3월부터 시작되는 NHK 예산심의를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국 언론에서도 "정부가 NHK 편집방향에 개입하고 압력행사를 할 우려가 커지면서 공영방송으로서의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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