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사이에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라는 용어가 경제 뉴스 용어로 자주 등장한다. 필자는 호기심으로 이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보았다. 청소년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경제 뉴스에 관심이 적은 보통 사람에게 경제 뉴스에서 양적 완화라는 용어를 들으면 이해가 되는지 물었다. 20여 명 중 정확히 아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번역(translation)과 해석(interpretation)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자고로 번역은 외국어를 옮겨 이해를 돕는 게 1차 목표인데 이렇게 번역을 해 놓고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번역의 목적도 기능도 의미가 없어진다. 이는 번역이 잘못됐거나 심각히 미흡하다는 방증이다.
양적 완화는 본래 일본의 중앙은행이 통화수축(deflation)과 불경기를 타개하기 위해 2001년 '양적 금융 완화'라는 정책을 취한다고 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이 용어가 국제 뉴스에 나왔을 때부터 용어의 풀이나 이해가 어려워 설왕설래가 있었는데 이는 그 용어조차 명쾌하지 못했음을 말한다.
이는 전통적 통화정책이 약발이 없을 때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이나 사금융으로부터 재정 재산을 사들여 통화 기저나 이익을 줄여 나가는 것이고 은행간 이자율 유지를 위해 단기간 국채 등을 매입 방출을 하는 기존의 것과 대비된다. 금융당국이 단기보다는 장기 자산을 사들여 경제 활성화를 기하는 것이고 단기 이자율이 초저금리이거나 zero에 가까우면 이자율 조정만으로 경기 진작의 효과가 적을 때 사용하며 이를 통해 재정자산 가격이 오르고 수익률은 내린다. 결국 양적 완화는 이자율을 낮추는 방법이 더 이상 효과가 없을 때 돈줄(MONEY SUPPLY)을 풀어 경기 활성화를 기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그래서 서구권 경제 전문가들도 TV에 나와 해설을 할 때 일종의 'money supply'(시중에 돈줄을 푸는 정책)라고 부연설명을 한다.
번역은 옮겼을 때 단박에 이해가 되는 게 최상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독립영화'라는 명칭도 영어의 independence movies를 옮긴 것인데 이는 독립이나 귀속의 문제가 아니라 주류와 다른 종류인 제3의 영화를 지칭하는 말이다. Independence party도 '독립 정당'이 아니라 제3당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건강식품을 well-being food라고 말하는 번역의 엉터리 때문에 우리는 'wellness food' 같은 정통 표현을 놓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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