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혼쭐이 빠지게 당했다. 여수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대책과 관련해 안일한 상황 인식과 불성실한 답변 태도로 일관하다 여야 의원들의 무차별 질책을 받은 것이다. 사고 현장에서 코를 부여잡아 여론의 지탄을 받은 윤 장관이 또다시 자질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윤 장관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말을 통해 "설 연휴에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피해 지역 주민과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질의응답 과정에선 무책임하고 황당한 답변만 늘어놓았다.
윤 장관은 우선 현장에서 코와 입을 손으로 막은 행위에 대해 "냄새가 아니라 독감 때문"이라며 "기침이 심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서 입을 막은 것"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현장 방문 당시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당시에는 보고를 그렇게 받았기 때문"이라며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와는 다르다. 그래도 제가 현장에 가지 않았느냐"고 도리어 언성을 높였다.
윤 장관은 원유 유출량의 잘못된 추정으로 초동 방제 대책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여야 의원들의 공통된 지적에도 "여전히 유출 규모는 조사가 진행 중이다""매뉴얼 대로 해서 대응에 전혀 문제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땅바닥에 물이 10병 쏟아진 것과 100병 쏟아진 것의 대응은 달라야 하지 않느냐"고 꼬집었고, 민주당 김영록 의원은 "당초 10㎘로 보고 받았다 하더라도 장관이 별 것 아니라고 알고 현장에 갔을 정도로 사태 파악이 제대로 안 되지 않았느냐"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윤 장관의 문책도 요구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앞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윤 장관의 언론 인터뷰에 대해 "국민의 실소를 자아내게 한 예능 수준"이라며 "믿음직하고 책임 있는 장관의 모습을 바란 피해 어민의 가슴에 상처를 주고 불안과 불만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윤 장관은 전날 인터뷰에서 '왜 장관의 언행이 계속 구설수에 오르는 것 같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제가 인기가 많아서"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이날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AI 사태 확산 대책과 관련해서도 살처분 비용 분담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합리적으로 조정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과 함께 AI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가능성을 우려, 살처분 업무 종사자들의 철저한 안전 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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