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생명 사장에서 ACE생명 사장으로, 그리고 이번에는 ING생명 사장까지. 지금까지 사장 직만 7년 가까이 맡았다. 이쯤 되면, 직업이 '외국계 생명보험사 사장'이란 말이 나올 법하다. 지난 3일 취임한 정문국(55) ING생명 사장 얘기다. 그가 이렇게 승승장구할 수 있는 비결과 배경은 뭘까.
이번에 정 사장을 영입한 건 작년 말 ING생명을 인수한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다. 보험사를 경영해본 적 없는 MBK로선 외국계 생보사에서 잔뼈가 굵은 정 사장이 최적의 인물이었을 수 있다. 그의 이력을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1984년 제일생명으로 입사해서 비서실장까지 지냈고, 잠깐의 외도(2000년 허드슨인터내셔널어드바이저 한국법인 대표, 2001년 AIG글로벌인베스트먼트 대표) 뒤 다시 생보업계로 돌아와 상무(AIG생명), 부사장(알리안츠생명), 사장(알리안츠, ACE)을 차례로 지냈다. 한 금융권 인사는 "ING생명을 잘 키워서 되팔아야 하는 MBK로서는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인사보다는 안정적인 인물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특히 외국계 문화가 뿌리깊은 ING생명을 경영하려면 국내 대형 생보사 출신보다는 외국계 생보사 출신이 더 적합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화려한 이력에 비해 실적은 미미한 편이다. 알리안츠생명 사장 후반부인 2010년 이후 당기순이익은 하강 곡선을 그렸고, 그가 사장직에서 물러나던 2012년에는 적자(-321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6개월간 대표로 있었던 ACE생명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가 근무한 기간 중 ACE생명의 실적은 국내 24개 생보사 중 최하위였다.
그의 화려한 행보에 늘 물음표가 따라붙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정 사장이 옮길 때마다 노조는 극렬히 반발하고 있다. 물론 원죄가 있다. 그는 2008년 알리안츠생명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성과급제 도입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노사 갈등은 200여일간 업계 최장기 파업으로 이어졌고, 당시 정 사장은 용역을 동원해 노조를 탄압해 논란이 상당했다.
ING생명 노조도 처음에 강력히 반발하다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아직 의구심이 가신 건 아니다. 노조 관계자는 "MBK에 인수될 때부터 노조 반발이 거세니까 노조 탄압으로 유명한 정 사장을 영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며 "일단 노조와 상생협약서를 체결했지만 과거 행적을 고려했을 때 조직을 잘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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