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은 언제나 정직합니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개막이 일주일 남은 싱가포르 국제 에어쇼를 앞두고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 팀장인 김용민(37ㆍ공사 47기) 소령은 4일 한 달 넘게 흘린 피땀을 떠올리며 이같이 밝혔다. 김 소령은 사흘 간의 장거리 비행을 마치고 이날 오후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해 한국일보와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블랙이글은 11일부터 16일까지 엿새 동안 이곳에서 열리는 에어쇼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팀원들이 보조 연료탱크를 3개씩 부착한 특수비행용 국산 초음속 항공기 T-50B 9대를 5대와 4대 등 2개조로 나눠 직접 몰고 왔다. 지난 1일 제주 공항을 이륙한 뒤 대만 가오슝과 필리핀 세부, 브루나이 등 3곳을 경유하면서 비행한 거리는 총 5,389㎞에 이른다. 이런 장거리 비행이 국산 항공기의 성능을 입증하리라는 게 방위사업청의 기대이기도 하다.
블랙이글의 국제 에어쇼 참가는 두 번째다. 2012년 6~7월 영국에서 잇달아 열린 와딩턴 에어쇼와 리아트(RIAT), 판보로 에어쇼에 참가해 시범비행 최우수상, 인기상 등을 휩쓴 지 1년 6개월 만이다.
"당시 영국 등 유럽에서는 블랙이글의 존재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블랙이글의 기량에 대해서도 의구심들이 많았고요. 하지만 블랙이글의 시범비행을 본 뒤 현지인들 반응이 180도 변했다고 합니다. 이번엔 우리가 참가 신청을 하지 않고 주최 측으로부터 초청을 받았다는 사실이 그 결과죠. 자부심만큼 부담감도 더 커진 게 사실입니다."
김 팀장이 팀에 합류한 것은 2012년 11월. 영국에서의 충격적인 데뷔 이후 반 년도 안 돼서다. 처음 팀을 이끌고 에어쇼에 참가하는 김 팀장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다. 그러나 자신감도 강하다. 고된 훈련을 이겨낸 팀원들을 믿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에어쇼 초청을 받은 게 지난해 초쯤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이 돼서야 본격적인 기동 훈련에 들어갔어요. 사전 정보 수집과 연구들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죠."
훈련은 싱가포르 현지 사정에 맞춰 압축적으로 이뤄졌다. 시범비행 프로그램을 24개에서 20개로 줄였고 비행 패턴도 수정했다. 말레이시아 국경과 가까운 창이 공항 특성상 시범비행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국내의 3분의 1에 불과한 데다 쇼 타임(20분)도 4분 가량 짧다 보니, 과목들을 더 서둘러 연결하고 더 좁은 각도로 돌아야 하기 때문에 난도가 더 높다는 게 김 팀장 설명이다.
현지에서도 쉴 틈이 없다. 5일부터 사전 훈련에 들어간다. 에어쇼 기간에는 4회의 공연을 통해 우리나라 공군과 한국산 항공기의 우수성을 세계인들이 보는 앞에서 과시할 예정이다. 김 팀장은 "'블랙이글' 하면 '대한민국'을 떠올리도록 멋진 에어쇼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같은 기간 우리 정부 역시 T-50 계열 항공기 수출을 위한 홍보전을 펼칠 계획이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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