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판가름. 외교부 “저지에 총력”
일본이 우리 정부의 반대와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의 상징인 하시마(端島ㆍ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해 달라고 유네스코에 신청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이에 우리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 문화유산 등재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위안부 문제와 동해 표기에 이어 한일간 외교전이 또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외교 소식통은 “지난달 말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에 하시마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 달라고 신청했다”며 “한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우려해 비공개로 신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본은 막판까지 고민하다 문화유산 신청 기한인 2월 1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본은 지난해 9월 메이지(明治) 시대 산업혁명 유산을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했다. 여기에는 한국인 4,700여명이 끌려가 노역했던 나가사키(長崎)현의 조선소와 노역자 122명이 숨진 하시마 등 8개 현, 그리고 28개 시설과 유적이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우리 정부와 유네스코 산하 세계문화센터가 우려의 뜻을 표명했지만 일본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번 신청이 받아들여질지는 내년 6월 세계문화유산위원회 총회에서 판가름 난다. 21개 위원국의 총의로 결론을 내리기 때문에 단순 표결이 아닌 국가간 합의가 중요하다. 특히 한국이 지난해 위원국에 새로 선출되면서 기존 위원국인 일본과의 정면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세계문화유산위원회 총회에서는 오직 21개 위원국만 발언권을 갖는다. 다른 소식통은 “한국이 지난해 위원국에 선출되지 않았다면 일본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해볼만한 구도”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총력전을 불사할 태세다. 정부 관계자는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일본의 문화유산 등재 시도를 반드시 막을 것”이라며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일본측 주장의 부당성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방한 중인 이리바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일본이 강제징용의 아픈 역사가 서린 근대 산업유산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것은 유산 등재의 기본정신에 반한다”며 반대의사와 함께 협조를 요청했다.
한편, 일본은 2차 대전 당시 가미카제 자살특공대원들의 유서도 세계기록유산으로 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신청하는 유물은 미나미큐슈(南九州)시 소재 지란평화회관에 보관된 유서와 편지 333점이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은 자연유산(제주도), 문화유산(해인사), 기록유산(조선왕조실록), 무형유산(아리랑) 등으로 구분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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