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56ㆍ사진) CJ그룹 부회장이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재판을 받고 있는 동생 이재현 회장의 부재 속에, 그 동안 좀처럼 공식적 외부활동을 해오지 않던 이 부회장이 왕성한 대외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4일 미국의 경제통신사인 '블룸버그'가 발간하는 경제월간지 '블룸버그 마켓츠(Bloomberg Markets)'와 인터뷰를 갖고 그룹 내 자신의 역할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자세히 밝혔다. 이 부회장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휴대폰과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기업이 이룬 성과를 콘텐츠 분야에서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전세계 사람이 한식을 일주일에 한 번씩 먹고, K팝을 가끔 듣고, 한국 영화를 일년에 2편 정도 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자신의 역할에 대해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사실상 최고경영자인 것은 맞지만 이 회장이 없는 동안 회장 지위에 오른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그는 "(이 회장이 없는 만큼) 지금 더 많은 일을 하고 있고, 더 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대차대조표를 비롯해 더 많은 일들을 신경 쓰고 있다. CJ가 해외로 뻗어나가며 이익을 내는 것을 지켜내는 게 나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 열린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 '한국의 밤'행사에서 한식을 소개했으며 중국의 대표적 여성기업인인 장신 소호차이나 대표 등과 면담을 통해 중국 내 비즈니스 확대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CJ E&M을 중심으로 문화 및 엔터테인먼트 쪽만 간여해왔다. 1995년 미국 영화제작사인 드림웍스 설립을 주도하며 헐리우드에 진출한 이래 영화제작 및 배급과 K팝 열풍확산, 비비고 등 한식세계화 등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 회장이 사법 처리 돼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룹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CJ그룹은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과 이 부회장, 전문경영인인 이채욱 부회장과 김철하 CJ제일제당사장 등 4인 위원회가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데, 이 중 오너는 이 부회장뿐이어서 그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마켓츠는 인터뷰 기사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알려진 게 많지 않은 인물이지만 이재현 회장의 부재 속에서 인지도를 높여나가고 있다"면서 "이 부회장이 K-POP을 이용한 사업을 통해 CJ의 수익을 증대할 수 있는 지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평가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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