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서, 시민사회가 이를 해결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온전히 노조가 책임져 왔지만 범사회적 기구 출범, 독자 모금운동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 조국 서울대 교수,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권영국 민변 변호사 등 학계 노동계 시민사회 문화예술계 인사 100여명으로 구성된 범사회적 기구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잡고'(이하 손잡고)는 이달 중순 출범식 후 본격적으로 관련 법∙제도 개선, 손배가압류 청구 회사 불매운동 등 활동에 돌입한다. 모금 활동도 펼쳐 소송비와 긴급 생계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첫 사업으로 18일 국회에서 현대차 비정규직ㆍ쌍용차ㆍ철도노조ㆍ한진중공업 등 손배가압류를 당한 노동자들의 증언대회를 연다. 간사를 맡은 이선옥 작가는 "우선 기고, 실태조사 발표 등을 통해 손배소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널리 알리는 것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쌍용차 노조가 47억원의 파업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는 주간지 의 보도 이후에는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4만7,000원 이어달리기'가 결성돼 공익재단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모금운동에 들어간다. 시사인 관계자는 "보도 후 전국 각지 독자들이 배상액의 10만분의 1인 4만7,000원을 언론사로 보내기 시작하면서 모임이 꾸려졌다"고 서명했다. 지난 달 4일 8명으로 시작된 이 모임은 한달 만에 가입자 수 140명을 넘었다. 이들은 앞으로 3개월간 1차 모금을 벌여 배상액의 10분의 1인 4억7,000만원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1차 모금액은 쌍용차 등 파업 손배소로 고통 받는 노조원 후원에 쓸 예정이다.
또 참여연대도 전국적으로 파업 손배소 판결과 손배가압류 금액을 집계하는 통계작업을 시작했다. 이제까지 양대 노총 소속 사업장을 중심으로 일부가 집계됐을 뿐, 전국적인 실태 파악은 된 적이 없다. 최재혁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통계 결과를 토대로 손배소 관련 정책을 올해 주요 사업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회운동 확산에 대해 기업과 정부까지 나서서 노조 파업에 거액의 손배소로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기업이 노조 간부에 대해서만 손배소를 제기했지만 이제 파업에 참가한 일반 노조원도 대상이 되고, 정부와 경찰까지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노조의 파업을 압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종강 교수는 "많은 이들이 손배가압류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며 "시민사회가 역할을 해 여론을 환기해야 한다는 각성이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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