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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2월 5일] 소치의 기적

입력
2014.02.0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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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썰매가 동계올림픽에 첫 출전한 건 1998년 나가노올림픽 루지 종목이다. '나무로 만든 썰매'를 뜻하는 프랑스어가 어원인 루지는 썰매에 누운 자세로 얼음트랙을 내려온 속도로 순위를 겨룬다. 당시 국가대표로 뽑힌 '한국 썰매의 선구자'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는 썰매에 바퀴를 달아 아스팔트에서 훈련한 끝에 출전했다.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을 모델로 한 영화 '쿨러닝'과 다를 바 없었다. 성적은 34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최하위.

■ 16년이 지난 소치올림픽에서 한국 썰매는 기적을 꿈꾸고 있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썰매 전 종목 출전권을 따낸 것만도 절반의 성공이다. 열악한 환경을 딛고 분투한 이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국내에 전용경기장이 없어 한여름에 50도 넘는 아스팔트를 달리며 지열과 싸워야 했다. 겨울에는 외국 경기장을 기웃거리며 연습했다. 선수들이 직접 썰매를 만들어 타거나 다른 나라 선수들이 타던 중고 썰매를 빌려 대회에 나가는 일도 다반사였다.

■ 자동차 경주 포뮬러원(F1)에 비견될 만큼 썰매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봅슬레이 팀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B급 썰매를 들고 출전한다. A급과 B급 썰매의 속도는 0.5초로 큰 차이가 난다. 봅슬레이와 달리 온몸이 노출되는 루지 선수들은 트랙의 얼음 벽에 부딪혀 온 몸이 상처투성이다. 썰매를 엎드려서 타는 스켈레톤 종목의 기대주 윤성빈은 속도를 높이기 위해 1년 동안 하루 8끼씩 먹으며 체중을 12kg이나 불렸다.

■ 사상 첫 올림픽 출전권을 얻은 여자 컬링은 '우생순 신화'에 도전한다. '얼음판 위의 체스'라고 불리는 컬링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두뇌 게임. 2012년 세계컬링선수권에서 벤쿠버올림픽 금메달 팀인 스웨덴과 컬링 종주국 스코틀랜드를 제치고 4위의 기적을 연출했던 장면이 생생하다. 프리스타일 스키의 세부 종목으로 둔덕(모굴ㆍMogul)을 헤집고 내려오면서 점프기술을 구사하는 모굴스키의 샛별 최재우도 비상을 꿈꾸는 유망주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날릴 위대한 도전을 꿈꾸는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낸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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