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청년층이 과도한 학비부담에다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20대 청년층 대출자 10명 중 3명 가량이 저신용자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4일 '금융위기 이후 저신용 가계차주 현황'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금융기관 대출이 있는 50만명을 무작위로 표본으로 설정해 5년간 신용등급 변화를 추적한 결과 이렇게 분석됐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8년6월말 중간 신용층(5~6등급) 대출자 중 25.2%가 5년 뒤인 작년 6월말 현재 저신용층(7등급 이하)으로 전락했다. 이 기간 고신용층(1~4등급)의 저신용층 추락 비율도 7.2%에 달했다.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로 떨어지면 은행권 대출이나 신용카드 신규 발급 등이 어려워진다.
특히 20대 청년층의 신용등급 하락이 두드러졌다. 대출이 있는 20대의 경우 5년간 저신용층으로 떨어진 비율이 30%에 육박(27.9%)해 ▦30대 16.2% ▦40대 14.0% ▦50대 11.9% 등 다른 연령층을 압도했다. 이장연 한은 거시건전성분석국 과장은 "금융위기로 더욱 극심해진 취업난 탓에 청년층들이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저신용의 늪에 빠지고 있다"며 "저신용층으로 하락한 20대의 경우 절반 가량이 무직이었다"고 설명했다.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하거나 정년퇴직을 한 뒤 자영업을 시작한 이들의 저신용 추락 비율도 상당히 높았다. 이 기간 임금근로자에서 자영업자로 전환한 경우 저신용 하락률은 18.0%로 임금근로자의 저신용 하락률(9.9%)보다 거의 두 배 가량 높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채무상환능력이 크게 악화된다는 얘기다.
일단 저신용자로 전락하면 그 늪에서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저신용층으로 하락한 이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금리인 은행 이용 비중이 57.7%에서 28.5%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면 ▦카드대출 7.5% →22.5% ▦캐피탈대출 12.3% →21.7% ▦저축은행대출 1.1% →8.1% 등 고금리의 2금융권 대출 이용 비중은 크게 늘어났다. 또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다중채무자의 비중도 2008년6월말 10.5%에서 2013년6월말 29.4%로 3배 가량 치솟았다.
보고서는 "저신용층이 증가하면 금융기관 건전성이 떨어지고 정부의 재정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취약계층의 신용저하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다각도의 정책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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