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지역 한 정신병원에 입원중인 30대 환자가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병원직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틀 만에 숨졌다. 영주경찰서는 폭행한 직원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로 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이 병원에서는 1년여 전에도 환자가 투신자살했던 것으로 드러나 관계당국의 관리감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북 영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2시쯤 영주시 S병원 요양보호사 권모(22)씨가 정신분열 증상으로 입원한 전모(34)씨를 손과 발 등으로 폭행, 뇌출혈을 일으켜 안동병원으로 후송됐으나 4일 오전 5시20분쯤 숨졌다. 전씨는 대전의 한 정신병원에서 지난해 11월 이 병원으로 옮겨 입원치료를 받아 왔다.
경찰조사 결과 권씨는 사건 당일 이 병원 5층에서 간호사 1명과 당직근무를 하던 중 “잠을 자지 않고 복도를 돌아다닌다”며 전씨를 주먹과 발 등으로 폭행했다. 뇌출혈로 정신을 잃었지만 권씨 등은 인근 병원을 거쳐 폭행발생 3시간40분이 지나서야 안동병원에 후송했다. 폭행사실도 다른 입원 환자가 오전 9시30분 경찰에 신고해 외부에 알려졌다.
권 씨는 2일 경찰의 1차 조사에서 손과 발로 10여 차례 때렸다고 진술했으나 전 씨 가족들은 “얼굴과 귀, 팔 등에 심하게 멍이 들어 있는 점 등에 미뤄 두 팔을 묶어 놓고 무차별 폭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씨가 폭행 당시 술을 마셨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병원 폐쇄회로TV(CCTV)가 고장 난 것으로 알려져 정확한 폭행 과정을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2012년 10월에도 알코올중독으로 입원 중인 환자가 4층 쇠창살을 비집고 뛰어내려 숨지기도 했다.
이 병원에는 정신질환자 170여명이 입원 치료 중이다. 지난해 4월 입사한 권씨는 관련 자격증이 없으며 단지 지난해 12월 한 차례 인권교육을 받은 게 전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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