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지원금이 끊기면서 오케스트라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어요. 구걸하다시피 여기 저기서 도움을 받아 1년은 버텼는데, 올해는 정말 힘들겠구나 싶었죠."(현익부 위미중학교장)
현 교장은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위치한 시골 중학교, 그것도 전교생이 128명뿐인 이 곳에서 교내 오케스트라를 키워온 장본인이다. 위미중학교 학생들은 2009년부터 5년간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오케스트라 단원이 돼 협연을 해왔다. 악기 장만조차 쉽지 않았고, 주변에선 비아냥대는 소리도 있었지만 현 교장 이하 교사들과 학생들은 꿋꿋하게 밀고 나갔다. 일주일에 최소 세시간 반씩 오케스트라 교육을 받았고, 일년에 다섯 번 이상 무대에 섰다.
물론 정부의 '제주형 자율학교' 방침에 따라 해마다 도교육청에서 재정지원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 교장은 "오케스트라를 시작한 이후로 학생들의 자존감과 성취감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며 "제주에서 유일하게 2년 연속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없는 학교가 됐고 학력향상도는 제주 중ㆍ고등학교 통틀어 1등을 하는 등 모든 것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위미중학 오케스트라는 '제주판 엘 시스테마'로 불렸다. 엘 시스테마란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시스템에서 유래한 말로, 음악교육을 통한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지원 시기(4년)가 지난해 만료되면서 위미중학교 학생들은 손에서 악기를 놓을 위기에 처했었다. 현 교장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제주특별시자치도 개발공사(제주개발공사)'의 문을 두드렸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던 현 교장과 학생들에게 생각하지도 않은 낭보가 들려온 것은 지난달 중순이었다. 제주개발공사에서 제조하는 제주 삼다수의 위탁유통업체인 광동제약이 위미중학교 오케스트라에 연간 1,000만원씩 3년간 지원을 결정한 것이다. 지난 달 24일에는 '위미중학교-광동제약 교육지원사업 협약식'도 가졌다.
삼다수 판매를 맡으며 제주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광동제약은 지난해에도 제주 삼다수재단에 제주사랑 장학금 2억원을 기탁하고, 제주지역 수험생을 위한 제주도 대학입시설명회를 후원하는 등 도내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이어왔다.
이인재 광동제약 전무는 "이번 협약이 농어촌 학교 특성화 교육 활성화로 이어져 제주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에 기여하고, 나아가 제주지역의 문화적 부흥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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