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와 람보르기니.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로망이다. 빼어난 디자인과 탁월한 성능, 엄청난 속도감, 그러다 보니 보통 사람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가격까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차다. '슈퍼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슈퍼카들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페라리는 원래 자동차 경주선수 출신인 엔초 페라리가 일반인에게 스포츠카를 팔아 경주에 출전할 자금을 마련하려고 만든 회사였다. 창업자가 세상을 떠난 지금까지도 페라리가 여전히 자동차 경주에 열심히 투자하고 있는 이유다. 오랜 열정을 뚜렷하게 읽을 수는 있지만, 사실 그다지 감동은 없어 보인다.
이에 비해 람보르기니의 탄생 스토리는 좀 더 드라마틱하다. 성공한 사업가였던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자신이 구매한 페라리 스포츠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엔초 페라리에게 차를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자존심이 강한 엔초가 페루치오의 요청을 무시했다. 페루치오는 화나 났고, 페라리의 콧대를 꺾기 위해 직접 스포츠카 만들기로 작정한 것이 람보르기니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페루치오가 직접 엔초를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설도 있고, 편지를 보냈더니 답장에 욕설이 가득했다는 소문도 전해진다. 그러나 어쨌든 무시를 당한 데 대한 보복이 새로운 스포츠카 탄생의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거의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지금까지 알려진 람보르기니 창업 비화가 사실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페루치오는 스포츠카 사업에서 손을 뗀 말년이 되어서야 엔초 페라리를 만났고, 그 전에는 만난 적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페라리에 대한 보복스토리는 뭘까. 한 마디로 페루치오가 만들어낸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이미 사업가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던 페루치오가 새롭게 스포츠카 사업을 시작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만들어 낸 일종의 신화라는 주장이다.
언뜻 믿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이 비화는 람보르기니 창업 당시 핵심 인물이었던 파올로 스탄자니의 입에서 나온 것이어서, 신빙성이 아주 높아 보인다. 그 동안 '최고의 스포츠카로 이름난 페라리를 반드시 이기겠다'는 신념에 찬사를 보냈던 람보르기니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페루치오는 전형적인 사업가였다. 스포츠카를 잘 만들기 보다는 어떻게든 사업에서 성공하는 것을 더 중시했다. 불과 10년 만에 스포츠카 만들기에서 손을 뗀 것을 보더라도, '페라리 타도'가 그의 진정한 목표가 아니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류청희 자동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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