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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이유 있는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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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이유 있는 질주'

입력
2014.02.0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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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거래 규모 338만대 신차시장의 2.2배… 역대 최고'저렴한 가격' 최대 매력에 "수리비가 더 든다" 통설은 옛말카 푸어 영향 수입차도 거의 헐값"지나치게 싸면 하자 등 가능성… 시세 비교 등 꼼꼼히 체크해야"

'자동차 왕국'미국엔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이 몰고 있는 자동차보다 신고 있는 신발이 당신 삶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언뜻 신발 장수들이 하는 소리 같지만 실제론 중고자동차 업자들이 하는 소리다. 굳이 새 차를 사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자동차왕국인 동시에 중고차 천국이기도 하다. 자동차보급률이 높은 나라일수록 중고차시장도 함께 커지기 마련인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3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 규모(이전등록)는 338만대로 전년보다 10만대 가량 늘었다. 역대 최대 기록으로, 지난해 신차 시장(신규등록ㆍ156만대)보다 2.2배나 많은 규모다. 신차시장보다 중고차시장이 훨씬 크다는 의미다.

중고차 업계에선 "이쯤 되면 중고차에 대한 인식이 이젠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고차가 더 이상'저렴한 차' '돈이 없어서 타는 차'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중고차의 최대 매력이 저렴한 가격이란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자동차는 통상 출고 직후부터 값이 내려가기 시작해 3년이 지나면 보통 신차 값의 60% 수준에서 중고시세가 형성된다.

특히 수입차일수록, 중대형 자동차일수록 감가율이 커 신차보다 중고차로 구입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차 값 자체가 저렴하기 때문에 차량가격에 연동하는 등록비(취득ㆍ등록세, 공채매입비)와 보험료도 저렴하고, 매년 2차례씩 내는 자동차세도 싸다.

2011년식 기아차 K7(VG270 럭셔리 기본형)의 예를 들어보자. 출고 당시 총 구입비용은 3,552만5,000원(차량가 3,340만원, 등록세 151만8,000원, 취득세 60만7,000원)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중고차로 구입한다면 1,430만원 가량 저렴한 2,118만6,000원(차량가 1,980만원, 등록세 99만원, 취득세 39만6,000원)이면 된다. 자동차세 비용까지 감안하면 부담은 더 줄어든다.

하지만 금전적 혜택이 전부는 아니다. 정인국 SK엔카 종합기획본부장은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중고차의 최대 매력은 경제성이지만 최근엔 몇 가지 매력이 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신차 같은 중고차'가 많아지면서, '중고차=낡은 차'의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중고차를 사면 수리비가 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는 통설은 요즘은 더 이상 맞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 향상된 내구성이야말로 중고차 활성화의 일등공신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에 가면 출고 3~5년 된 차들이 매우 많은데, 이 정도 연식이면 사실상 신차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이쪽 시장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수입차 활성화도 중고차 시장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특히 국내 수입차 시장은 3~4년전부터 급격히 커지기 시작했는데, 그 물량이 이제 중고차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할부 프로그램으로 수입차를 구입했다가 유예기간 만기에 목돈을 내지 못하는 이른바 '카 푸어(car poor)'들이 차량을 헐값에 중고차 시장에 내놓으면서 상태 좋은 수입차들이 꽤 많아졌다.

수입차는 1년만 지나도 20~30% 가격이 내려가고 3년이 지나면 평균 감가율이 48%에 달해, 절반가격에 살 수가 있다. 실제로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철 인기를 끄는 4륜 구동 세단인 아우디 뉴A4(2.0 TFSI 콰트로 다이나믹)의 경우 2011년 출고 당시 가격은 5,380만원이었지만, 현재 중고차 시장에선 절반 수준인 2,83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진리는 꼼꼼한 체크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중고차 구입 전 '나만의 시세표'를 만들 것을 권하고 있다. 원하는 중고차 모델을 대략 5대만 살펴보면 중고시세는 대략 정리가 되는데, 만약 이 평균가격보다 10% 이상 저렴한 차량은 하자를 숨겼거나 주행거리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는 것이다.

신현도 피치오토엔컨설팅 대표는 "중고차 구입의 핵심은 좋은 차를 싸게 사는 것이 아니라 좋은 차를 시세보다 비싸지 않게 사는 것"이라며 "믿을 만한 중고차업체에서 시세를 치르고 구입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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