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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전차·장갑차, 지상전의 왕자서 애물단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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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전차·장갑차, 지상전의 왕자서 애물단지로

입력
2014.02.0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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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는 더 이상 전쟁에 필요하지 않다?"

현대 전쟁에 있어 탱크가 필요하느냐를 놓고 미국 정치권과 육군, 그리고 방위산업계 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 육군 군사력의 핵심이었던 탱크가 여전히 강력하긴 하지만 더 이상 전쟁의 필수사항은 아니며, 이제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고 있다. 현대전에서 드론(무인공격기)이나 잠수함, 장거리 폭탄 등 신형무기의 필요성이 갈수록 늘고 있는 만큼 무기체계도 변화해야 한다는 게 미 육군의 주장이다. 국방부 당국자들은 "불필요한 무기구입에 낭비되는 국가재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라크 전쟁 당시 사담 후세인 제거의 주역이었던 전투장갑차량이 유물로 전락했다"고 말하고 있다.

미 국방부가 탱크 구입을 줄이려고 하자 방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경영난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구조조정 및 생산라인 가동까지 중단해야 할 위기상황에 빠진 것이다. 미국의 신형 보병전투차량으로 유명한 '브래들리 장갑차'를 생산하는 BAE 시스템즈는 최근 구조조정과 함께 일부 공장의 경우 문을 속속 닫고 있다. BAE 시스템즈는 다른 기업이나 해외 정부로부터 추가적인 자금확보에 실패할 경우, 2015년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브래들리 장갑차와 마찬가지로 미 육군의 주력인 '에이브람스 전차'를 생산하는 제너럴다이내믹스도 발주 물량이 크게 줄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드론 등 신무기 개발과 신형 잠수함의 도약으로 전차에 대한 미 국방부의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하이오주 리마에 있는 에이브람스 생산공장의 경우 한때 1,220명에 달했던 직원수가 지금은 500명에 불과하다.

탱크 제조사들의 경영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미 의회와 군 당국간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미 의회는 2013회계연도 예산안에서 탱크제조사의 생산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에이브람스 전차에 1억8,100만달러(1,950억원)를, 브래들리 장갑차에 1억4,000만달러를 각각 추가 배정했다. 육군의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전투차량이 반드시 필요할 때가 올 것이며 생산이 중단될 경우 이를 되돌리는 데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육군이 요청한 예산보다 많은 돈을 배정한 것이다. 여기에는 탱크 제조업체들의 로비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무기구입에 전략적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 군이지만, 자금을 분배하는 권한은 의회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 육군은 "백만 달러짜리 문제에 억대 해결책을 내놓은 격"이라며 "5,000대의 탱크가 할일 없이 업그레이드만 기다리고 있다"며 불필요한 탱크 구매를 반대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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