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해에서 조업중인 일본의 포경선과 환경운동단체 시셰퍼드의 감시선이 또 충돌했다. 일본은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합법적 포경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시셰퍼드는 연구를 가장한 상업포경으로 간주, 육탄저지에 나서는 연례행사가 시작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남극해에서 조업 중인 일본 포경선 활동을 감시해온 시셰퍼드는 2일 일본 포경선들이 시셰퍼드 감시선박에 물리적 공격을 했다고 주장했다고 호주 언론들이 보도했다. 시셰퍼드의 봅 바커호 선장은 "일본 작살선이 쇠줄과 로프를 이용, 우리 배의 프로펠러를 엉키게 하려고 하는가 하면 일본 포경선 유신마루 2호는 우리 배의 앞 부분을 강하게 충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처럼 갑작스럽고 무자비한 공격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봅 바커호와 스티브 어윈호 등 시셰퍼드 소속 선박들은 최근 남극해에서 조업 중인 일본 포경선을 따라다니며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셰퍼드는 최근 4마리의 죽은 밍크고래가 일본 포경선 갑판 위에 놓여있는 항공 사진을 촬영, 호주 언론에 보내기도 했다. 봅 브라운 시셰퍼드 호주지부장은 "포획된 밍크고래가 놓인 갑판에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다"고 폭로했다.
일본 포경선은 과거에도 수차례 시셰퍼드의 감시선을 들이 받은 적이 있다. 국제적인 비난이 쏟아지자 2011년 일시적으로 포경을 포기했으나 이듬해부터 조업을 재개했다. 일본에서는 고래고기를 고급 요리로 여겨 포경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의 조업을 포기시키기가 쉽지 않다. 국제포경위원회는 1986년 멸종위기 동물 보호를 위해 상업 포경을 금지하고 있으나 일본은 연구 목적을 내세워 포경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의 포경을 둘러싸고 호주와 뉴질랜드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호주는 2010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일본의 불법 포경을 막아달라고 제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지난 해 7월 열린 재판에서 호주측은 연구 명목으로 보기에는 일본이 너무 많은 고래를 포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본은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남극해 일대에서 1,000마리 가량의 고래를 잡아 이중 대부분을 연구용이 아닌 식용으로 소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호주가 캥거루 고기를 먹듯 어느 나라나 고유의 식문화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ICJ의 최종 평결은 올 상반기에 나올 예정이어서 일본의 포경 논란이 어떻게 귀결될 지 관심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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