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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에 멍석 깔다 예능 대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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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에 멍석 깔다 예능 대세로

입력
2014.02.0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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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흥이 너무 많아 고민이에요", "남들이 부탁하면 거절 못하는 착한 남편이 걱정입니다", "노출이 심한 아이돌 그룹의 의상을 강요하는 남자친구, 괜찮은 걸까요?"

시청자의 가족이나 친구, 선후배 간 소소한 일상 속 고민들이 TV를 가득 채우고 있다. 보고 즐기기만 했던 시청자들이 실제 관찰예능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았던 TV 속 세상에서 말이다.

최근 3%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금요일 심야 예능프로그램의 강자로 올라선 프로그램이 있다. JTBC의 '마녀사냥'이다. 이 프로그램엔 다소 수위가 높은 야한 농담과 사연들이 즐비하게 등장하지만 시청자들의 고민은 하나같이 진지하다. 권태기에 빠진 연인들의 고민, 직장 상사와의 연애담, 오래된 연인의 동거 문제 등 시청자들의 사연은 프로그램의 중요한 소재이자 아이디어다. '마녀사냥'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 가운데 연인들의 고민을 올리는 '너의 곡소리가 들려'와 남녀의 연애 심리를 코치하는 '그린라이트를 켜줘' 코너는 항상 사연들로 빼곡하다. 이 게시판들에 오르는 하루 평균 40~60개의 시청자 사연들은 주로 연애와 결혼과 관련한 것으로 '19금' 수위의 내용이 많다. 진행자인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샘 해밍턴이 시청자의 연애 고민 상담사로 변신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해결책을 찾아준다. 여느 심리 상담사 못지않게 연애의 심리를 잘 풀어줘 '속 시원하다'는 평이 많다. 연예인이 아닌 영화평론가 허지웅은 TV 광고까지 찍으며 인기스타가 됐을 정도다.

4년 동안 안방극장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KBS '안녕하세요'도 시청자가 중심인 프로그램이다. 매주 채택된 사연 4건의 주인공들이 직접 출연해 고민을 털어놓는다. '마녀사냥'이 사랑과 연애, 결혼 등 남녀 간의 문제로 주제를 국한한다면, '안녕하세요'는 남녀 문제는 물론 친구, 가족, 직장동료 관련 등 다루는 고민의 범위가 훨씬 넓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재들이기 때문에 다양성 측면에서 다른 시청자 참여 예능프로보다 낫다는 평이 나온다. 시청률 10%대를 꾸준히 유지하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전 연령층이 시청할 수 있으며 세대를 넘어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JTBC 예능국 관계자는 "처음엔 '과연 될까?'라는 의문을 던진 사람들이 많았지만 현장을 찾아가는 이원생중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해 특히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소재를 제공하고 시청률에도 기여하는 등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관찰예능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케이블 방송 MBC 에브리원은 '난생처음 여행단'과 '우리 집에 연예인이 산다'로 연예인과 시청자가 함께하는 예능을 선보였다. 10부작으로 만들어진 '난생처음 여행단'은 보라카이, 태국, 캄보디아, 세부, 발리 등을 시청자들과 함께 여행한다는 설정이다. 연예인 가이드가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하는 일반인 4, 5명을 인솔하는 과정이 담긴다. 제주도 해녀, 서당의 훈장, 재래시장 아주머니의 여행 속에서 순박한 감성과 솔직한 사연들을 엿볼 수 있다. 이 감동을 증폭하기 위해 아예 연예인들이 시청자의 일상으로 들어가 생활하는 프로그램까지 나왔다. '우리 집에 연예인이 산다'는 TV에서 보기만 했던 연예인을 시청자가 자식으로 삼아 자신의 집에서 살도록 하는 과정을 담는다. 안영미, 김지석, 이상민, 나르샤 등이 한 시청자 가족의 구성원이 돼 생활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고 있다. MBC 에브리원 관계자는 "시청자들, 즉 일반인들의 예능 프로그램 속 활약은 예측할 수 없는 소소한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방송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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