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서울 용산경찰서.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지명수배 중이던 폭력조직 장안파 행동대장 정모씨가 청사 2층의 강력범죄수사팀 사무실로 들어섰다. 강력팀 형사 조모(40)씨에게서 "점심이나 먹자"는 전화를 받고 한 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정씨는 지명수배자인 탓에 잔뜩 긴장했지만, 다행히 조씨는 혼자 당직 근무를 서고 있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정씨는 들고 온 초밥과 함께 팀 회식비 명목으로 현금 500만원을 조씨에게 건넸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강해운)는 조직폭력배인 정씨의 도피를 돕는 등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로 조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정씨가 2008년 9월 구속됐다 풀려난 뒤 2009년 말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다시 수배를 받게 되자 도피를 적극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가 도피 생활 중 다쳐 병원에 입원하자 병문안을 갔는가 하면 "검문이나 음주에 걸리면 빨리 전화하라"며 명함을 주기도 했다. 조씨는 정씨 지인의 사건 청탁까지 들어주며 성접대를 받고 60만원이 넘는 고급 호텔 숙박비를 대신 내게 한 사실도 적발됐다.
조씨는 강력범죄수사팀에 근무하면서도 폭력조직원과 수 년 동안 같은 집에 살며 정씨 등 조폭들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정씨의 도피 생활을 도와 준 박모(37)씨 등 폭력조직원 2명도 함께 기소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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