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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극장가 '복고 열풍'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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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극장가 '복고 열풍' 거셌다

입력
2014.02.0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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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극장가 흥행 왕은 충무로 코미디 '수상한 그녀'였다. 연휴 동안(1월30일~2월2일) 관객 215만8,083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모았다. '겨울왕국'(210만9,020명)과 치열한 흥행대전을 펼친 이 영화의 명절 관객 수는 좀 유별나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수상한 그녀'의 2일 현재 누적 관객수는 392만447명. 이 수치의 절반 이상을 단 4일 동안 휘몰아치듯 불러모았다. 명절기간 동안 유독 강세를 보인 것이다.

'수상한 그녀'는 70대 할머니가 갑작스레 20대 몸을 가지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가족의 사랑을 강조하면서 옛 유행가를 끼워 넣어 중장년 관객에게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수상한 그녀'의 설 극장가 흥행몰이로 최근 충무로의 주류인 복고 코드의 '불패 신화'가 다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상한 그녀'는 현재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복고 요소에 기대 극적 효과를 유발하려 한다. 파독 광부였던 남편을 잃고 아들을 홀로 키우며 억척스레 살아야 했던 주인공 오말순(나문희)의 사연부터 중장년층의 정서에 호소한다. 1970년대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던 채은옥의 가요 '빗물'과 권성희의 '나성에 가면', 김정호의 '하얀 나비'를 전반부와 중반부, 후반부에 각각 배치했다. 젊은 배우 심은경이 현대적으로 편곡된 이 노래들을 부른다지만 4050세대의 추억을 더욱 자극한다.

'수상한 그녀'의 복고 정서는 특히나 명절 관객과 궁합이 맞아떨어졌다. 명절 극장가는 평소보다 40대 이상이 더 많이 찾는다는 게 통설이다. 복고 코드가 관객을 더 파고들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멀티플렉스 체인 CGV가 분석한 연령대별 남녀 예매비중을 따져봐도 이런 경향이 드러난다. 평소에는 눈에 띄게 낮은 40대 이상 남자의 예매 비중이 설 연휴 동안 50% 안팎을 기록했다. 40대 이상 남자의 예매는 중장년 관객의 적극적인 관람 의욕을 반영한다. CGV 관계자는 "40대 이상이 평소보다 극장가를 많이 찾는 명절 관람 패턴과 '수상한 그녀'의 기획의도가 맞아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설을 겨냥해 개봉한 '남자가 사랑할 때'와 '피 끓는 청춘'의 성적표도 나쁘지 않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70년대 분위기가 풍기는 전북 군산시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순애보를 그린다. 묵은 정서를 담고 있어 신파라는 촌평이 따른다. '피 끓는 청춘'은 더 노골적으로 복고를 상품화했다. 80년대 충청도의 한 농촌에서 벌어지는 고교생들의 혈기방장한 사랑 이야기를 품고 있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연휴 동안 43만3,714명, '피 끓는 청춘'은 36만3,803명을 모았다. '수상한 그녀'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연휴 시장을 키우는 데는 일조했다. 설 연휴 하루 평균 관객(156만976명)은 지난해(146만6,603명)보다 10만명 가량 많았다. 한 극장 관계자는 "관객 입장에선 지난해보다 골라 볼 수 있는 영화가 많은 연휴였다"고 주장했다.

설 연휴 동안 새삼 확인된 복고 열풍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영화사들이 시류에 영합해 복고 팔기에 열중할 뿐 정작 사회 문제에 대한 성찰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미국 영화는 최근 '쇼를 사랑한 남자'와 '러브레이스' 등을 통해 70년대가 풀지 못했던 사회 문제를 현재로 불러내 해결하려 했다"며 "한국 영화계는 퇴행적 수준에서만 복고가 유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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