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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한마디에… 철퇴 맞은 고급 식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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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한마디에… 철퇴 맞은 고급 식당들

입력
2014.02.0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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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층만 누려왔던 시후(西湖)의 경치를 일반인들에게 돌려주라."

1,000여년전 송나라 때 소동파가 시를 짓고 백성들을 위해 방파제도 쌓은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 시후(西湖), 이곳 주변 최고급 식당들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이 한마디에 철퇴를 맞았다. 만두가게에서 줄을 서서 21위안(약 3,700원)짜리 점심 세트를 사 먹은 데 이은 시 주석의 친서민 행보다.

중국 관영 경제일보는 2일 시후 주변 고급 식당 30여곳이 문을 닫게 된 배경엔 시 주석의 '후이쒀(會所) 문제에 관한 중요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후이쒀는 공원이나 경승지 내 풍광이 가장 수려한 곳에 자리잡은 고급 식당이나 비밀 사교 클럽 등을 의미한다. 테이블 당 수십만~수백만원인 최소 한도 이상의 요리를 주문해야 하는 통에 주로 특권층의 모임이나 공무원 접대 시 이용된다. 자연스레 출입하는 이도 부유층이나 고위직, 국영 기업 간부이기 십상이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샤바오룽(夏寶龍) 저장성 서기는 상무위원회를 소집, 시 주석의 지시를 전하며 "호수와 공원, 경승지를 인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 후 시후후이(西湖會)와 롄좡(蓮莊) 등 대표적인 시후 주변 후이쒀 5곳이 당일 곧바로 문을 닫았다. 모두 시후에서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틀 후엔 또 다른 10곳이, 닷새 후엔 추가로 8곳이 영업을 관뒀다. 결국 일주일만에 시후 주변 고급 식당 30곳이 전부 폐쇄됐다. 이중 일부는 이미 일반인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찻집으로 변신했다. 시후후이는 즐거운 찻집이란 뜻의 '카이신차관'(開心茶館)으로 이름을 바꾼 뒤 룽징차(龍井茶)를 18위안(약 3,200원)에 팔기 시작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 동안 접근조차 힘들었던 비밀 공간들이 말 그대로 일반인에게로 돌아온 것이다.

시 주석이 유독 시후 주변 고급 식당들을 콕 집어 철폐를 지시한 것은 그가 항저우에 집을 소유할 정도로 시후를 아끼는 데다가 이 곳이 소동파의 친서민 고사가 기린 장소인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백성들은 제방을 수리한 것에 고마워하면서 소동파에게 돼지를 바쳤는데 그는 이를 큰 솥에 넣고 푹 고아 나눠 먹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파육(東坡肉ㆍ둥퍼로우)의 유래다.

시 주석은 2012년11월 총서기 취임 이후 고급 술 소비와 호화 연회 등을 금지하는 '8항규정'을 하달하는 등 반부패 친서민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는 최근 시 주석의 매형 등 중국 전ㆍ현직 최고지도층 일가의 역외탈세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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