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발음'과 '정확한 영어'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결론은 후자다. 언어 구사가 정확하면 발음이 거칠고 정교하지 못해도 의사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지만 발음만 내세우고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지 못하면 의사 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국인보다 발음이 좋지 못한 필리핀이나 인도인들이 원어민과 영어 소통을 더 잘하는 것도'정확한 영어' 때문이지 정교한 발음 덕분이 아니다.
미국의 어느 대학촌 이발소에서 미국인 barber가 "하우 아 위 두잉?"하고 묻자 한국인 유학생이 거의 자동 반사적으로 "I'm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 이발사는 똑같은 질문을 다른 인도인에게 던졌는데 "Well, just like usual…short on top, off the ears…"처럼 응답을 했다. 이발사가 손님에게 "오늘은 어떻게 해 드릴까요?"라고 물은 것인데 "How are YOU doing?"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은 직업적이고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다만 인도인처럼 영어가 일상화된 경우 "How are we doing?"같은 질문을 이미 접해 봤기 때문에 대충 들어도 무슨 말인지 쉽게 청취가 된다.
한국인에게 회화와 청취에서 가장 큰 고민은 제한된 지식과 불완전한 습득이다. 가령 버스의 빈 좌석을 가리키며 "Is anyone sitting here?"라고 물으면 청취가 잘 되는데 "Is this space taken?"이라고 물으면 쉬운 말인데도 단박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Is this seat occupied?"라고 물으면 더욱 생소하게 들린다. 역시 발음 문제라기보다는 영어다운 표현 방식과 영어식 사고와의 괴리 때문이다. 버스를 타기 전 기사에게 "이 버스 시내 가는 거지요?"라고 묻고 싶다면 "Do you go downtown?"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버스를 주어로 "Does this bus go downtown?"라고 해도 좋은 영어다. "Does this bus go to Main Street?"나 "Is this bus to Main Street?"라고 해도 상관이 없고 "Is this the right bus for Main Street?"라고 물어도 의미는 같다. 이들 다양한 표현 방식을 사전에 숙지해 놓으면 원어민이 아무리 빨리 말을 해도 청취가 어렵지 않은데 이미 input된 영어가 기억 속에 있다면 sound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원어민의 Real English 습득이 우선이고 발음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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