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을 뒤흔든 33년만의 내란음모 사건 1심 재판은 3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게 징역 20년이 구형되면서 이제 재판부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놓게 됐다. 지난해 11월 12일 첫 공판을 시작으로 3개월간 열린 45차례 공판에서 제보자 이모씨를 비롯해 모두 111명이 증인석에 앉았다. 이 의원의 육성이 담긴 이른바 'RO 회합' 등 50여 시간 분량의 녹음파일 32개가 법정에서 공개됐고, 피고인들이 봤다는 '민족의 태양' '조선의 별' 등 북한영화도 재생됐다. 하지만 유ㆍ무죄를 놓고 재판 전부터 충돌했던 검찰과 변호인단의 첨예한 입장 차는 공판이 거듭될수록 잦아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격화됐다.
2010년 5월 국가정보원이 RO 조직원이었던 이씨의 제보를 토대로 시작했다는 내란음모 사건은 지난해 8월 28일 새벽 이 의원 등 10명의 자택 및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외부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어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와 법원의 발부, 국회에서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거쳐 헌정 사상 최초로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현역 의원이 됐다.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국정원의 수사 결과 그대로 이 의원 등을 구속 기소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RO의 실체와 성격, 이 의원을 비롯한 피고인들의 역할 등이었다. 이 모든 쟁점은 결국 지난해 5월 10, 12일 각각 경기 광주시 곤지암청소년수련원과 서울 합정동 마리스타수도회에서 열린 모임의 성격에 뿌리를 두고 있다. 검찰은 이 의원이 RO를 결성한 뒤 전쟁에 대비해 내란을 모의하고 선동했다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단은 RO는 국정원의 상상 속 조직이고 합정동 모임 역시 반전평화 강연에 불과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의 발언 내용도 쟁점이다. 이 의원이 5ㆍ10 모임에서 김근래 피고인에게 외친 말을 놓고 검찰은 "지휘원"이라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은 "지금 오나"였다고 맞섰다. '지휘원'은 북한에서 사용하는 군대식 용어로 정당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아닌 만큼 이날 모임이 정당 행사라는 변호인단의 주장과 정면으로 상충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합정동 모임에서 "전쟁 상황이 임박했다"며 '물적 기술적 준비'를 강조한 것 역시 논란이다. 참석자들이 언급한 '통신과 가스ㆍ철도 등 국가기간시설 타격'을 의미하는 발언이라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변호인단은 "반전 평화 구축을 위한 심리전, 여론전, 선전전을 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의원 등의 그간의 행적과 당시 상황ㆍ발언 등을 종합해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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